깊어지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by DJ

마흔이라는 고개를 넘으며 비로소 선명해지는 삶의 풍경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귀한 수확을 꼽으라면 단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일 것입니다. 단순히 40대라는 숫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만큼의 세월을 살아내고 보니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 혹은 나와 갈등을 빚는 누군가의 입장이 비로소 마음 깊이 읽히기 시작합니다.


젊은 날의 우리는 종종 '나만 옳다'는 확신 속에 갇혀 살곤 했습니다. 내가 가진 잣대가 유일한 정답이라 믿었기에,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상대방을 보면 질책이나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나를 이해시키기에 급급했고, 상대의 말 뒤에 숨겨진 떨림이나 주저함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달랐을 뿐인데도, 그 다름을 용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스스로를 날카롭게 세우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수만 가지 경험이 마음의 지도가 되어줍니다. 상대가 왜 그런 서툰 말을 내뱉는지, 왜 저토록 완고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그 이면이 보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얻은 상처와 결핍을 안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이해의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신기하게도 내가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 진심을 건네기 시작하면,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당신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해합니다"라는 공감의 한마디가 전해질 때, 팽팽하게 당겨졌던 갈등의 끈은 비로소 느슨해집니다. 내 뜻을 강요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기꺼이 나의 마음을 따라와 주는 경험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이를 먹으며 얻는 '연륜'의 선물일 것입니다. 타인을 향한 날 선 비판을 거두고 그 자리에 너그러운 이해를 채워 넣는 것, 그리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더해가는 것. 어쩌면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나이를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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