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이 나의 시간을 낭비하게 할 때 형언할 수 없는 불쾌함과 분노를 느낍니다. 약속된 미팅 시간에 상대가 한 시간이나 늦게 나타나거나, 가벼운 점심 약속조차 십 분씩 늦어질 때면 마음속에서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는 나의 소중한 자원을 타인이 허락 없이 유용했다는 침해 의식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점은, 나 자신이 스스로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때는 그토록 관대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두 시간을 허비하거나, 소파에 누워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며 몇 시간을 보낸다 해도 우리는 좀처럼 스스로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묘한 관대함은 사실 '내 시간은 내 통제 아래 있다'는 거대한 착각에서 기인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시간 낭비에 유독 둔감한 이유는, 그 무의미한 소모조차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지점입니다. 스스로 선택했다는 위안 뒤에 숨어 우리는 시간의 소멸에 무감각해지고, 의미 없는 방황은 어느새 삶을 잠식하는 파괴적인 습관으로 고착화됩니다. 타인의 결례에는 서슬 퍼런 잣대를 들이대면서, 나라는 도둑이 내 인생을 훔쳐가는 것에는 방관자가 되어버리는 셈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보냈을 때의 감각을 떠올려 보십시오. 아주 작은 성취라도 손에 잡히는 순간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집니다. 오늘 목표한 일을 군더더기 없이 완수했을 때, 혹은 가족과 온전한 진심을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영양분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은 휘발되지 않고 우리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자존감의 뿌리를 형성합니다.
반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몰되어 시간을 허투루 쓰고 난 뒤의 감정은 어떻습니까? 목적 없는 인터넷 서핑이나 정서적 울림이 없는 영상 시청으로 하루를 다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휴식의 달콤함이 아니라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는 허무함뿐입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시간을 느슨하게 흘려보내는 날은 필요합니다. 삶의 마라톤에서 성장에 에너지를 쏟는 것만큼이나, 적절한 휴식에 시간을 쓸 줄 아는 지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휴식 그 자체가 아니라, 목적 의식 없이 무감각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습관입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한 쉼은 다음 도약을 위한 보약이 되지만, 중독과 타성에 젖어 흘려보낸 시간은 독이 될 뿐입니다. 타인에게 엄격한 만큼 나 자신에게도 시간의 엄중함을 일깨워야 합니다. 오늘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깨어있는 마음으로 선택할 때, 우리는 비로소 허무함의 늪에서 벗어나 매 순간이 생동감 넘치는 진정한 인생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