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업무를 대할 때 가장 먼저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본질을 명확히 이해해야만 비로소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본질을 모른 채 그저 수동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일한다면, 결국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흔히들 열심히 했지만 일을 못하는 경우,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업의 본질에 대한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건희 회장이 신라 호텔 사장에게 물었다. "호텔은 무슨 사업입니까?" 그 사장은 "호텔은 서비스업입니다"이라고 하자, 이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호텔 한 객실에는 약 1,300개의 비품이 들어갑니다. 그 비품의 질에 따라 호텔의 성패가 좌우합니다. 호텔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장치산업입니다." 또한 백화점 운영에 대해서는 “부동산업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입니다.”라고 했고, 전자 산업에 대해서는 “누가 먼저 제품을 출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린 타이밍 산업입니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업의 역사, 개념, 철학을 철저히 이해한 후에야 성공 요소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업무를 시작합니다. 본질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습니다.”
필자는 건설업에 몸담은 지 17년 차다. 건설업은 인재산업이라 정의하고 싶다. 건설업은 결국 목적된 건축물을 제한된 시간과 리소스 내에서 완성하여 고객에게 인도하는 일이다. 같은 도면과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사람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서 힘을 빼야 하는지,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하는지에 따라 공사의 성패가 갈린다. 그래서 건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실제로 현장이 어려워지면 본사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다. 조직이 제대로 꾸려져야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래서 팀을 꾸릴 때 당장 급하더라도 적정한 인원이 아니면 배치하지 않는 것이 낫다. 사람 1명이 얼마든지 조직을 와해하고 또는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선발된 인재는 ‘트러블슈터’가 되어야 한다. 건설 현장은 예측 불가능한 문제의 연속이다. 하루에도 열 건 이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발주처, 컨설턴트, 협력사,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즉각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린다. 따라서 건설업의 인재는 문제 해결 전문가, 즉 ‘트러블슈터(Trouble Shooter)’가 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하고, 당장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기한을 정해 풀어나가야 하며, 내 권한을 넘는 문제는 적시에 타 부서로 이관해야 한다. 발주처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은 별도의 회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공사 납기를 맞추려면 매 순간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17년을 건설업에 몸담고 있는 지금, 역시나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회사는 더 이상 단순한 시공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모듈러,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지금의 방식에 안주해서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필자를 포함하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업의 본질을 계속해서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