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에 진심인 사람이 깎아 만든 나무 스쿱
덥고 짜증 날 때 생각나는 그것.
둘째 아이 하굣길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러
좋아하는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씩 고르고 녹을세라 얼른 입에 넣는다.
아 시원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던 아이의 피로감도,
조각도를 움켜쥐느라 굳어있던 내 몸의 긴장감도
이가 시리도록 덥석 베어 물면
차갑고 달달한 마법에 사르르 녹아버린다.
어릴 적 골목에 있는 동네 슈퍼의 냉동실 끄트머리에는 주로 떠먹는 고급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어쩌다 할머니가 용돈을 주시는 날이면 잽싸게 슈퍼로 달려가 눈독 들였던 아이스크림과 주인아주머니가 챙겨주신 나무 스푼 한 뭉치가 담긴 제법 묵직한 검정 봉지를 흔들며 집으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나무 스푼 따위는 필요 없었다. 밥 수저를 들고 아이스크림 뚜껑을 여는 순간 작은 밥상 위에서 무언의 전쟁이 시작된다. 첫 숟갈을 새하얀 눈밭을 처음 밟는 듯 침착하게. 이런, 너무 꽝꽝 얼어 숟가락이 빗나갔다. 그렇다면 살짝 녹은 가장자리를 노려야지. 약속이나 한 듯 나 한 숟갈, 오빠 한 숟갈, 숟가락 머리를 탕탕 부딪히며 번갈아 먹었다. 다 먹긴 아까우니 다음날 먹자며 냉동실에 넣어두고는 오빠 몰래 부엌을 오가며 한 숟갈씩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이 보였다.
절대 투게더 할 수 없는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던 그날 밤, 이다음에 스무 살이 되어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한 통을 끌어안고 혼자 다 먹어보겠노라 다짐했었다.
냉장고 냄새가 밴 아이스크림 한입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던 그때 그 달달한 묘약이 그리운 마흔 살의 여름날.
한 스푼으로 모자라! 크게 한 스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