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프롬 코리아" "웨얼이즈 디스?"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소 6년(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정규 교육과정이지만 나의 시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했다)의 정규 교육과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외국인 앞에서는 한마디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배낭여행을 꿈꾸고 기획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단 한 번도 영어를 못해서 여행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으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에서 영어는 필수적인 요소라 인식되는 것 같았다.
영어를 못한다고 여행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 모두가 바이링구얼일 수는 없기에. 하지만 여행이 좀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유럽 배낭여행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나의 세계일주 첫 목표점으로 정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인가. 학생 시절 내가 빠져들며 보았던 중국 드라마가 있다. 황제의 딸이라고.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중국 내에서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역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해서 매니아층이 생겼었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하고 있었지만 언어적 감각이 제로에 수렴하던 나는 노력 대비 성적이 형편없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중국어 선생님께서 나의 노력을 안타까워하실 정도였다.
이상하게 외국어 영역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나였다. 영어 시험 점수가 겨우 반타작할 정도였으니... 다른 과목에서 만회하지 않았다면 내 평균성적이 유지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언어감각이 없는 줄 알았던 내가 이제는 4개국 언어(한국어 포함)를 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외국어에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여행과 외국어에 상관관계를 논하자면
"Must have"는 아닐지라도
있으면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의 첫 해외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때는 바로 우리나라에서 4강 신화의 기적을 이루어내었던 2002 월드컵이 한창 마무리되던 6월 마지막 주 어느 날이었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아임 프롬 코리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관심이 쏠리던 상황이었다.
어디를 가나 나에게는 축구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오고 가며 스치며 지나가는 한국인들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도미토리에 머물던 나는 그들과 동떨어져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기 힘들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고 상대방이 친근하게 한국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말을 걸어와도 머뭇머뭇 거리며 떠듬거리다 대화가 끊겨버리기 일쑤였다.
그때까지 나는 영어를 "공부"했지만 처음으로 영어는 "소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우리는 여행을 관광이라고만 표현하지 않는 것은 그 장소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문화를 느끼고 그곳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 여행이란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언어를 배우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 최소한의 그 나라 인사말 정도는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소통을 위한 마음가짐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