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둥이들이 어려 방분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스스로 잠을 자는 연습을 하고 있어 먼저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도록 하고 있다. 저녁 9시가 되면 어김없이 방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눕게 하고 나와 신랑은 문을 살짝 열어놓고 나와 거실에서 아이들이 자기를 기다려주곤 한다.
그때서부터 방 안쪽에서부터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일어나 잠자는 순간까지 심지어 학교에서도 같은 반이라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을 붙어있는 둥이들임에도 재잘재잘 어쩌면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낮에 배운 한글 맞추기 게임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작 내용은 별로 없다. 아니 서로의 말은 듣지 않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맞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누군가 지쳐 잠이 들 때까지 매일 밤 둥이들의 파자마 파티는 계속 진행 중이다.
남들보다 조금 어렵게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쉽게 나에게도 찾아온 쌍둥이들.
처음 임신을 하고 쌍둥이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아무래도 방송으로 접한 쌍둥이에 대한 환상으로 나름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임신 후 알게 되는 쌍둥이 임신과정의 어려움과 막상 출산 후 겪은 많은 과정 속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쌍둥이 임신을 하고 싶다는 말에 도시락 싸고 다니며 말리겠다는 마음을 가질 정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내가 요즘, 부쩍 쌍둥이 육아가 점점 편해지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바로 둘이서 놀고 있을 때가 바로 그렇다.
원래부터 어린아이들을 좋아했던 타입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다른 엄마들보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로 인한 결핍이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해 참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지만 딱 한 가지 저 아이들에게 내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평생친구"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집 둥이들도 여느 집 형재, 자매와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른다. 함께 잘 놀고 있다가도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서 보면 어김없이 둘이서 '제2차 둥이대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엄마~~~"
하고 누군가 중재자로서 아니 자기편을 들어줄 사람으로 나를 찾는 순간은 바로 전쟁의 정점에 다다른 상황. 때로는 중재자가 되기도 하지만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으며 요즘은 최대한 둘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일시적 분리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나의 몫이다.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다른 아이가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전쟁의 이유이다.
"그럼 둘이 따로 놀아.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 되겠네."
하고 아예 공간을 나누어 판을 깔아주면 쭈뼛쭈뼛하며 생각만큼 재미있게 놀지 않고 서로 눈치를 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아이들을 보면 낄낄 깔깔 어떤 합의를 본 건지는 모르지만 또다시 하나의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