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견해가 다른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
그 밤, 토론의 불길이 피로로 남았다. 피곤하니 아침부터 당 충전 욕구가 폭발했다.
‘정신차려! 너 일하러 가야 해!’
온 몸에서 당장 에너지를 충전하라며 식욕을 증폭시켰다. 평소처럼 블루베리와 단백질쉐이크를 먹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몸은 냉장고에 있는 왕소세지를 꺼내들었다. 며칠 전 놀러온 문의 아침 식사를 위해 사다 놓은 왕소세지. 20cm가 족히 넘는 왕소세지를 쇠젓가락에 꽂아 들고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룰루랄라 핫도그를 사먹으며 하교하는 초등학생처럼, 나는 왕소세지를 우걱우걱 베어 먹으며 출근길을 나섰다.
하루 종일 기력이 바닥이었다. 회사에서도 정신이 계속 안개 속이었다. 얼른 퇴근하고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퇴근할 때가 되니 아침에 우걱우걱 씹어 먹은 왕소세지 생각이 났다.
‘안돼. 그래도 운동은 하고 가자. 소세지 먹었잖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평소 운동 강도의 60% 정도로 빠르게 운동을 마친 후, 저녁 일곱 시 침대에 쓰러졌다. 두세 시간만 자고 일어날 생각으로 침대로 다이빙을 했다. 열 시에 일어나서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약 섭취 시간이 틀어지면 곧바로 부정출혈이라든지 두통이라든지 부작용이 몸에 발생하기 때문에 꼭 1일 1회 같은 시간 약 섭취를 해야만 한다. ‘너무 피곤해서 못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이 잠시 스쳤다. 하지만 알람 같은 걸 맞출 정신은 없었다. 나는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방안을 가득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깼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어디에서 걸려온 전화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쑥쑥이! 약먹자! 약 먹을 시간~~!”
그 소리를 듣자마자 웃음이 새어나왔다.
“헐~~ 벌써 열 시야?”
잠긴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약을 먹었다. 물과 함께 알약을 꿀꺽 삼키니 그제야 눈이 조금 떠졌다.
“쑥쑥이! 어제 나 때문에 잘 못자서 오늘 피곤했지?”
그와 전화를 하는 동시에 카톡을 열어보니 문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쌓여 있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 끝에 내가 잠 들었다는 걸 파악하고는 전화로 나를 깨워 약을 먹인 것이다.
“응 너무너무 피곤한데~~ 오빠는 안 피곤해? 오빠도 늦게 잠들었잖아?”
“끄떡없지!”
정말로 끄떡없는 팔팔한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어젯밤 정치 이야기에 불을 붙였던 열띤 토론과는 전혀 다른 온기의 남자. 문 때문에 헤롱헤롱 배터리 잔량 3%로 시작한 하루가, 문의 다정한 충전으로 문을 닫는다. 전날 밤과는 다른 다정한 순간을 좀 더 붙잡아 두고 싶었지만 그건 내일로 미뤄둔다.
“오빠, 오늘은 혼자 놀아. 나는 일찍 자야겠어. 잘자!”
문의 기본값은 다정이니까. 어제의 충돌에도 우리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3%였던 내 하루가, 그의 다정한 알람으로 충전하며 마무리된다. 그걸 알기에 우리의 다음 토론이 두렵지 않다. (아주 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