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정주행 중
같은 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을 함께 본다는 건, 둘 사이에 공통 분모를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같은 장면에 웃고, 같은 장면에서 울기도 했다. 때로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서 “그게 뭐야?”, “그것도 안 봤어?” 같은 어색한 물음표는 점점 사라져갔다.
우리가 함께 정주행한 것 중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는 마블 시리즈였다. <진격의 거인>과 마찬가지로, 나는 마블과는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2008년부터 이어진 방대한 시리즈에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도 몰랐고,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흥분하는 지인들이 좀 과장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마블을, 문과 함께 <아이언맨>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다 놓친 장면도 많았지만 괜찮았다. 옆자리에는 언제나 다정한 해설사가 있었으니까.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이제 인피니티 사가와 멀티버스 사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아는 게 많아질 때마다 문은 ‘오구오구 이제 이것도 알아?’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렇게 <진격의 거인>에서 시작된 우리의 정주행은, <아이언맨>으로 넘어가 마블 유니버스를 통과했고, 어느새 서로의 우주로 진입해 있었다. 서로를 전혀 몰랐던 두 사람이, 화면 속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조율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