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정주행 중
마블 시리즈를 정주행하고 나니 데이트 거리가 하나 늘었다. 마블 영화 개봉일에 맞춰 극장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 마블 영화 개봉일엔 특식이 나오는 날처럼 들떴다. ‘오늘은 어떤 팝콘을 먹지?’ 신중하게 팝콘을 골랐고, 손에는 콜라, 품에는 팝콘을 안고 입장해선, 늘 영화 시작 전에 다 먹어치웠다. 이제는 그 루틴도 영화의 일부 같았다.
문은 퇴근하자마자 우리 동네로 넘어왔다. 그가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아홉 시가 넘어 있었다. 그래서 가방을 후딱 내려 놓고 모바일로 영화부터 예매했다. 그러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손을 잡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영화관으로 가는 길이 간질거렸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 그런 탓일까.
“오빠! 우리 오늘 엄청 부지런하다! 이 시간에 우리가 밖에 있다니!”
“그러게~ 심지어 영화 보고 나오면 오늘 끝나있어! 우리 밤 새고 집에 들어가는 거야~”
미주알고주알 농담을 주고받으며 영화관에 도착했다. 문이 간식을 주문하는 동안 나는 포토티켓을 수령해왔고, 나란히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영화를 보다말고 내쪽으로 귓속말을 할 것처럼 내쪽으로 가까이 왔다. 나는 그에게 귀를 가까이 내밀었고, 그는 내 관자놀이에 뽀뽀를 했다. 이날 설렌 건 나뿐이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 편의 마블 영화를 정복했다. 나는 눈가를 훔쳤고, 그는 나를 훔쳐봤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먼저 입을 연 건 나였다.
“근데 진짜… 너무 슬프지 않았어?”
문은 대답 대신 웃었고, 나는 그 웃음에 또 삐쳤고, 그 삐짐이 귀엽다며 또 놀렸다.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우리 둘 다 까만 티셔츠 위로 눈이 내려 있었다. 둘 다 갈릭 팝콘 시즈닝을 우수수 흘린 것이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하하 웃으며 서로 옷을 털어주고는 영화관을 나왔다.
이건 그냥 영화 동아리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장르를 끝까지 정주행 중인 중이다. 울고 웃고 또 울고, 엔딩 크레딧은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