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화]-너는 그날, 나를 잊지 않았구나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처음처럼 말했다

by 쉼표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환상과 기억,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어와 해적의 로맨스. 쉼표가 전하는 이야기, 입맞춤이 남긴 물결을 따라갑니다.


바람은 조금 더 따뜻해져 있었다.

그와 나 사이에 놓였던 침묵이 조금씩 말이 되어 스며들었다.

말이 늦어지는 건 감정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아직 다 꺼내지 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알겠다.

"나, 그날 너를 따라가려 했어."

그가 말했다.

손끝을 붙잡고 쓰다듬던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놓아주는 사랑 연재소설 완결편 sunset-5076437_1280.jpg

"하지만 그러면… 내가 너를 더 아프게 할까 봐. 그래서 그냥, 멀리서만 봤어. 바다 건너편에서."

그의 시선이 멀리 흔들렸다.

나는 그를 마주 보았다.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의 결을 따라 내 안에 뭉쳐 있던 말 하나를 꺼냈다.

"난 네가 잊은 줄 알았어. 모든 게, 그냥 흘러간 물결처럼 사라졌다고."

"아니야."

그의 대답은 단호하지 않았지만, 깊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많은 밤을 바람에 묻었다, 그 역시 많은 새벽을 말없이 보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외면했지만, 결국 이렇게 같은 해변에 서서, 같은 바람을 맞고 있다.

이 순간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마음은 한 번으로 완전히 멀어지지 않았다는 걸.


카페 천장 위 나비 벽화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조명 아래 작은 그늘이 그의 눈가에 머물렀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그를 마주 보았다.

"그럼… 이번엔,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을래?"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밤,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물든 빛이었다.

침묵 속에서도 퍼져가던 감정은, 말보다 더 진하게 남았다.


다음 화 예고

마음은 말보다 먼저 도착한다.

그날, 우리가 건넨 말 사이로 별빛이 스며들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전편

→ 1화. 프롤로그 – 파도 너머의 속삭임

→ 2화. 다시 부르는 노래 – 기억의 파편

→ 3화. 파도는 늘 제자리로 들어오니까

→ 4화. 그 바다 끝에서 마주한 빛

→ 5화. 장맛비가 멈춘 뒤, 그가 앉아 있던 자리


작가 쉼표의 작품들을 다른 플랫폼에서도 한 번 만나보세요!

◆ 티스토리 블로그: https://2abaekwebsite.tistory.com

◆ 네이버: https://blog.naver.com/js358253

◆ 워드프레스: https://star5435.com


작가의 노트

5년이라는 시간이 우리를 멀리 떨어뜨렸지만, 마음은 한 번도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 밤, 우리는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잊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쉼표의 브런치스토리

《쉼표》 구독하기

https://brunch.co.kr/@39d166365bd047c


작가 쉼표.
Pause. Breathe. Write again.


#단편소설 #감성소설 #브런치글 #재회 #마음 #말 #침묵 #기억 #그리움 #감성글귀 #추상화 #예술 #감정 #별빛 #쉼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