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얼굴과 낯선 거리 , 우리는 서로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마주 앉았다.
이번엔 바다가 아닌,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창밖의 세상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멈춘 듯 앉아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고, 그의 얼굴 위로는 카페 조명이 부드럽게 깔려 있었다.
"조금 낯설지 않아?"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간, 이 소음, 이 속도—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그와 함께 앉아 있는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
마치, 서로를 처음 다시 배우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말을 아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았다.
대신, 커피의 김이 사라지는 속도와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의 리듬을 함께 지켜보았다.
그의 손이 테이블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다 멈추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눈치챘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날의 바다는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지만, 도시는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는 정말, 함께할 수 있니?"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면… 우린 조금 다를까?"
그의 말은 질문이었지만,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확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커피잔을 들고 작게 웃었다.
"몰라. 하지만 이 거리에서 너를 다시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라기엔 조금, 뜻밖의 안도야."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 순간, 그의 눈에 맺힌 작은 빛 하나를 보았다.
밖은 여전히 분주했다.
택시 불빛이 번지고, 사람들 틈 사이로 뭔가 놓쳐버린 듯한 그림자가 흐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바쁜 세상 속에서도, 잠시, 아주 잠시—
서로에게 머물기로 했다.
천천히 내려오는 커피처럼, 우리의 대화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다. 그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진짜 시작이었다.
함께 있지만, 어쩌면 멀게 느껴지는 날들.
말하지 못한 감정이 도시의 틈에 스며든다.
《모래 위에 피어난 물결의 입맞춤》 전편
→ 1화. 프롤로그 – 파도 너머의 속삭임
→ 2화. 다시 부르는 노래 – 기억의 파편
→ 3화. 파도는 늘 제자리로 들어오니까
→ 4화. 그 바다 끝에서 마주한 빛
→ 5화. 장맛비가 멈춘 뒤, 그가 앉아 있던 자리
→ 6화. 너는 그날, 나를 잊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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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의 재회는 마법과 같았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시작은 또 다르다.
일상 속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멀어져만 가는 거리.
그것은 또 다른 이별 과 사랑의 형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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