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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ㅡ낯선 거리, 익숙한 사람

익숙한 얼굴과 낯선 거리 , 우리는 서로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by 쉼표



우리는 다시 마주 앉았다.

이번엔 바다가 아닌,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창밖의 세상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멈춘 듯 앉아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고, 그의 얼굴 위로는 카페 조명이 부드럽게 깔려 있었다.

"조금 낯설지 않아?"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간, 이 소음, 이 속도—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그와 함께 앉아 있는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

마치, 서로를 처음 다시 배우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말을 아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았다.

대신, 커피의 김이 사라지는 속도와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의 리듬을 함께 지켜보았다.

그의 손이 테이블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다 멈추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눈치챘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날의 바다는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지만, 도시는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는 정말, 함께할 수 있니?"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면… 우린 조금 다를까?"

그의 말은 질문이었지만,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확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커피잔을 들고 작게 웃었다.

"몰라. 하지만 이 거리에서 너를 다시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라기엔 조금, 뜻밖의 안도야."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 순간, 그의 눈에 맺힌 작은 빛 하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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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여전히 분주했다.

택시 불빛이 번지고, 사람들 틈 사이로 뭔가 놓쳐버린 듯한 그림자가 흐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바쁜 세상 속에서도, 잠시, 아주 잠시—

서로에게 머물기로 했다.

천천히 내려오는 커피처럼, 우리의 대화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다. 그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진짜 시작이었다.

다음 화 예고

함께 있지만, 어쩌면 멀게 느껴지는 날들.

말하지 못한 감정이 도시의 틈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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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노트

바다에서의 재회는 마법과 같았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시작은 또 다르다.

일상 속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멀어져만 가는 거리.

그것은 또 다른 이별 과 사랑의 형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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