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관계'보다 '소통'을 더 중시하는 문화

집단적유착 사회vs 개인적 공정 사회

새 시대 새로운 사회문화체계 필요 

                                 

공군 장교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한·미 정보 분야에서 근무를 할 때 미 공군 대위와 중위가 중요한 군사전략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 두 장교는 한 이슈를 두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군대 조직의 딱딱한 위계나 격식이 없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의 설전을 벌여도 결말이 쉽게 나지 않을 정도로 의견 대립은 팽팽했다. 토론시간이 꽤나 지나자 마침내 대위가 말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의견의 결말이 나지 않으니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각자 의견에 다 일리가 있지만 이번에는 경험이 더 있는 나의 의견대로 하면 좋지 않겠소?" 


이에 중위는 군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한 자세로 있던 모습을 추스르며 벌떡 일어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수경례를 하고는 일사불란하게 과업을 처리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체험한 한 에피소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존중해야 할 사회적 가치가 응집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위계질서를 떠나 수평적 구조로 격의 없는 토론 과정을 거치는 것. 


결론이 순리적으로 도출되고 그런 다음에는 그것을 수용하여 목표로 매진하는 수평성·신속성·효율성·전문성· 상대성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다.


현 사회문화체계가 큰 물줄기로 선진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과거 시대의 고정관념과 행동양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갈등과 대립이 지배하고 있는 양상이다.


서구 선진사회의 네트워크는 개인적 ‘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집단적 ‘관계’를 중시한다. 관계 중심의 사회 구조는 모든 부문에 걸쳐 학연·혈연·지연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수직적 사회질서를 고착시켰다.


이러한 사회 구도는 선진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적 평등성과 사회적 균등성과는 배치된다. 관계 중심의 가치관은 지나친 경쟁의식과 비교 심리를 조장한다. 

이는 학벌을 위한 사교육, 이재 축적을 위한 투기, 전시효과를 위한 허례허식의 병폐를 낳았다. 


이제 한국 사회에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관계보다도 소통과 교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이것은 국민의 정서나 국가의 정신(ethos)이 혁신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한 사회철학의 기조가 변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물질의 수준이 높아진다 해도 역시 또 다른 기준에서의 갈등과 불화가 한국사회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사회적 갈등은 새로운 시대의 선진 가치관을 갈망하면서도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구시대의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불거진 ‘미투’나 ‘갑질’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사회정신의 개량은 경제지표처럼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부침하는 지표와 달리 온전한 사회의 문화체계는 이룩하는 데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번 정착된 선진 시스템은 역사를 통해 영원히 국민성으로 발현되게 된다.

이제는 사회문화가 급속하게 이전 권위주의의 수직적, 경계적(境界的) 형태에서 수평적 통합적 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를 체득해야만 진정한 선진사회와 공정국가가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질 세태에서 ‘존중 문화’ 가꿔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