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홈쇼핑 광고 카피 게임 우승자되다.

제로제로 당당하게, 제로윗!

by 유영해
내가? 아니, 우리 아들이다.
무슨 공모전이냐고? 아니, 소규모 단톡방 독후활동이다.


카톡에 "아이 먼저 소모임"방이 생겼다. 육아에 도움이 되는 서적을 함께 읽고 인증을 나누는 채팅방이다. '내 아이를 위한 30일 인문학 글쓰기의 기적'을 시작으로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키우는 초등 문해력'을 읽고 있다. 게임, 유튜브, SNS 등 디지털 콘텐츠로 문해력을 습득하는 방법이 실습 예시와 담겨있는 유용한 책이다.


여기서 우리 방장님의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20년 차 홈쇼핑 PD님인 "줌마피디 잼빵이"님은 기획력이 어마어마하다. 책에 실린 '광고 카피 만들기' 활동을 보고, 아이들에게 실제 방송에 나갈 문구를 공모하자며 깜짝 제안을 하셨다. 1등은 상품도 보내준다는 얘기에 아들은 눈을 빛내며 참여의사를 밝혔다.


당 제로 모나카 "제로윗" / 아이는 이걸 보고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며 저녁 8시에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아이가 만든 광고카피는 다음과 같다.


당제로 밀크바닐라 입으로 녹아들어라
당제로 초코모나카 맛으로 승부해 볼까
제로제로 당당하게 바삭바삭 쫀득쫀득
먹어볼까 모나카를 맛있을까 당연하지


라임을 좋아하는 아들은 이걸 만들고 노래처럼 불러댔다. 한밤 중에 랩배틀을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의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했다. 친구들이 보내 준 카피로 의뢰해 본다는 줌마피디님. 홈쇼핑에서 사용하는 광고문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신기했다.


심의를 통과한 카피만 사용할 수 있단다. 처음보는 깐깐한 기준이 놀랍고 신기할 뿐.


그래서 결론은? 감사하게도 아이의 "제로제로 당당하게"가 1등으로, "제로제로 제로윗, 모두가 함께 즐기는 제로윗"이 아차상으로 뽑혔다. CG감독님이 만들어준 화면은 다음과 같다.

카피라이터 경험 제대로 했다. 이것은 미니 키자니아!


심의 과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이의 관심사는 그래서 언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냐 오직 그것뿐... 홈쇼핑을 방영하는 오늘이 하필이면 6교시에 방과후 수업이 있어 실시간 시청은 힘들 듯 싶다. 녹화해 둔 영상을 함께 보며 좀 더 진득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초반에는 책을 보며 꼼꼼한 실습을 다짐했거늘, 시간이 지날수록 책장을 넘기는데만 의의를 두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기운을 내야지. 게임, 숏츠, SNS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그저 "하지 마라."는 말은 힘이 없다. 미디어 미터러시 능력을 길러 가짜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분석하는 힘을 길러야겠다. 나부터 말이다.


* 막간광고. 아이의 광고 카피는 오늘 오후 2시 20분 홈 앤 쇼핑에서 볼 수 있다. 계속 보고 있으니 배가 고파는군..

<2025년 5월 22일 (목요일) 14시 20분>

http://m.hnsmall.com/goods/view/62545868?trackingarea=60000016^8000746^1182969&buzzniQuery=%EC%A0%9C%EB%A1%9C%EC%9C%97

https://brunch.co.kr/@jummapd#info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숙제 없는 집에도 봄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