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의 게임 개발자가 되는 방법 #1

게임 개발의 시작

by 삥밥

첫 게임 개발은 초등학생 때였다.


이른 나이에 게임 개발을 시작한 셈인데, 결과만 보자면

그 업보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거북목이 내장된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최초의 게임 개발은 불순한 의도로 시작했다.

그건 더욱이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기 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확실히 이런 부류는 아니었습니다.




2006년을 기억하는가.

국내에선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24시간 스타크래프트만 틀어주는 채널도 있었다.

당시 내 나이는 열한 살. 스타에 푹 빠져버렸다.


스타크래프트는 어렵다.

자원을 캐고 기지를 확장하면서 공격하는 등 수준 높은 멀티태스킹 능력을 요구한다.

뉴비에게는 왼손으로 세모, 오른손으로는 네모를 그리는 수준의 난이도에 필적할 것이다.


당연히 실력으로 누군가를 이기는 건 무리.

룰도 제대로 모르는 소년이 승리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패배가 늘어가던 어느 날,

심플하지만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불현듯이 떠올랐다.


’ 게임을 조작하면 되지~ ’


너무나 불순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로 순수했다.




캠페인 에디터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캠페인 에디터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스타크래프트와 한 쌍으로 설치되는 맵 편집 툴이다.

이 툴을 사용해서 나만의 맵을 제작할 수 있는데, 핵심은 바로 ‘나만의’라는 키워드에 있다.

정리하자면, 내가 설계한 공간에서 상대방과 승부를 겨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승법은 간단하다.


1. 인지도 높은 맵을 불러온다.

2. 상대방이 알아챌 수 없는 수준으로 맵을 조작 한다.

3. 조작한 맵을 정상적인 맵처럼 보이게 둔갑한다.


이렇게 세 단계를 거치면 완성이다.

핵심은 들키지 않는 정도로만 조작하는 것.




실전에 적용했고, 두말할 것 없이 효과는 확실했다.

불리한 조건에서 승부를 하고 있음을 대다수의 유저는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은 무척이나 짜릿하고 통쾌했지만, 이 감정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재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확실히 공평한 상황에서 승부에 임할 때가 가장 재미있는 법.

이미 한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는 게임이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조작은 이내 관두었다.
더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승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던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의식하지 못한 사이 게임 제작 툴을 다운로드하고 있었다.


이 날, 게임 개발자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된 셈이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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