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게 좋은 나는 이런 점(.)들의 연결로 만들어졌다.
"보미씨, 그런 얘기를 적어볼 생각은 안했어요? 그걸 적어봐요."
3주에 한번 열리는 음악 모임, 때는 2023년 2월이었다. 세상에 서로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우리는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무엇도 되지 않은 채, 연희동의 음악감상실에 모였다. 어쩌다 시작되었는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왜 내가 바이닐펍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얘기했다. 1을 말하기 위해 1의 프리퀄과 0.5의 스핀오프와 아무튼 온갖 얘기를 다 해야만 하는 나의 고질병으로 옆자리의 그녀는 꽤나 먼 과거까지 나와 함께 다녀왔다. 지루할 법도 한데 점과 점을 잇는 과정을 모두 듣던 그녀는 이야기의 끝에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오래된 음악이 좋다. 근데 오래된 것들의 전문가도 아니고 음악의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근데 전문가처럼 보여야 어디든 그런 것들 옆에서 돈을 벌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디 황새들이 멋지게 걸어나간 발자취를 따라가며 짧은 다리로 비슷한 시늉을 하려니까 가랑이가 너덜너덜했다.
보폭을 잃어버린 나라는 뱁새가 내 보폭으로 걷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게중 거의 유일한 선택지는 이 모양 이 꼴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뿐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도대체 뭘하고 싶었던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 지금, 황새 만큼 다리 찍고 가랑이의 고통을 견디는 짓은 잠시 멈추고 어쩌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인지 정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