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과 4학년생들이 학교현장실습(교생실습)에 임하는 4월이 다가온다. 어제 교수님들과 재학생이 함께 모였다. 학교현장실습 사전교육 시간이었다. 실습에 임하는 학생들의 다짐 후 교수님들의 당부가 이어졌다. 학생이자 교사 신분으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 경험과 배움을 위한 자기 주도적인 노력, 교육 비전을 향한 학교 교육 활동에 동참하면서 선생님들을 잘 보좌하는 모범형 팔로워가 되주기를 당부하게 된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우리 교사들은 모두 리더인 동시에 팔로워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사는 교과 지도뿐만 아니라 리더십 역량과 팔로워십 역량을 모두 키워가며 성장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긍정 영향력으로 주변을 잘 이끌어가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문득, 지난 2월에 방문했던 학교가 떠오른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잘 어우러져 보기가 좋았던 학교였다. 교장 선생님의 리더십과 한마음으로 뭉치시는 교원들의 팔로워십이 빛나보였던 학교였다.
미래지향적인 긍정 영향력으로 학교를 잘 이끌어가시는 교육자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 학교에 올봄에 꽃길을 만들려고 제라늄을 주문했어요"
2024년 2월, 나의 책 '교사라서 행복하세요?' 내용으로 특강을 하러 갔던 대전 하기중 교장선생님의 메시지다.
"이전 학교에서도 해마다 했어요.
교직원과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요, 그걸 보고 저도 기쁘고요"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메시지를 보자마자 2년 전 신문에서 읽었던 에세이 한 편이 떠올랐다. 장동원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글 '최선을 다한 이유'다.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이다.
‘선생님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한 이유는
‘학생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 달라’는 부탁 단 한 가지다.
제라늄 꽃길을 만드신 '이유'가 짐작되기도 한다.
2년 전 위 기사 문장에 시선이 머물러 신문을 스크랩했었다. 나 자신도 대학생을 지도하는 교수자이므로. 그 후 교수자 행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2022년 11월 출간한 책 제목이 '교사라서 행복하세요?'였다. 교사 행복과 성장에서 학생 행복과 성장을 꽃피우자는 내용이다.
하기중 특강에 임했을 때 학교 선생님들의 '표정이 밝으시고', 학교 안에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지고', 교육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이 오래도록 잔잔히 남아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우리 학교에 올봄에 꽃길을 만들려고 제라늄을 주문했어요, 교직원과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요, 그걸 보고 저도 기쁘고요"를 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조직 구성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리더의 마음이 선생님들의 표정, 학교 분위기, 교육활동에 긍정 영향으로 작용했구나~라고.
제라늄 꽃길은 상징적이다.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해야 일도 공부도 잘할 수 있다는 교육자의 신념이 녹아있다. 일하다 막힐 때, 공부하다 지칠 때,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고자 할 때, 자연에서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게 돕는 사색의 길, 마음 정화시키는 힐링의 길을 마련해 주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이유'
특강 때 순간순간느꼈던 것을 남겨보고 싶다.
학교 리더의 교육관, 학교 사랑,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관심을 여러 장면 느꼈던 경험이다. 최선을 다한 이유가 행동으로 나타난 사례들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 공간을 주신다. 때로는 차로, 식물, 그림, 책 등의 이야기로... 바쁜 일상을 잠시 떠나 소소한 대화를 하면서 쉼을 가지게 해 주신다. 대화 속 격려와 칭찬은 덤이다. 상대에게 기쁨을 주신다. 특강 날엔 쉽게 보기 어려운 극락조(?) 꽃 이야기로 기쁨 선물을 주셨다.
교사들을 위해 뭔가를 미리 계획하신다. 특강도 수개월 전 제안하셨다. 학생 지도에 힘들고 지친 교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방학하면 긍정 에너지 충전을 해 주십사 하고 부탁하셨다.
교육활동 준비에 정성과 마음을 다하신다.고작 몇 시간 특강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준비에 진심이시다. 마음의 양식을 담은 책 꾸러미를 준비하셨다. 연구부장 선생님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수고가 곁들여진다. 예쁜 가방에 담아 받을 교사 이름까지 적은 책 꾸러미를 교사 한 분 한 분에게 주신다. 서로 협력하며 즐겁게 하시는 모습이 느껴진다. 이런 모습은 그냥 연출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통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특강에 참여하신 교사 분들의 참여도도 높다. 밝은 표정으로 집중하신다. 리더의 '최선을 다한 이유'.... 그 진심이 함께 일하는 교사분들에게 통하는 느낌이다.
솔선수범. 앞장서서 먼저 행동하며 본보기가 되신다. 책을 주기만 하고 단순히 '읽으세요'하시지도 않는다. 본인이 직접 먼저 읽으신다. 좋은 문구는 밑줄 그으시고~그 문구만 따로 타이핑해서 인쇄한 요약본을 소책자로 함께 준비하신다. 학생지도에 바쁜 교사분들을 위한 작은 수고라고 말씀하시지만... 바라보는 내게는 그 이상의 울림이 있다. 성장하는 교사. 행복한 교사. 닮고 싶은 교사 모습을 보여주신다. 내 책의 소제목 중 하나다.
성장하는 교사. 행복한 교사. 닮고 싶은 교사.
최선을 다하시는 마음을 교육 환경 속에서 은근히 느끼도록 하신다. 학교 곳곳에 교직원과 학생을 위한 공간을 해 놓으셨다. 복도 벽 조차에도 '최선을 다한 이유'가 스며들어 있다. 특강 할 장소는 위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 했다. 상행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는 순간. 벽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짧은 휴식을 경험했다. 강의 전 긴장이 살짝 누그러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림의 힘이다.
특강 장소 수학 교실 앞. 노란 색감 그림이 마음을 환하게 한다. 왠지 오늘 특강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분 한 분 들어오시는 교사분들 표정도 밝고 활기차 보이신다. 그림의 힘 덕분일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2023년에 미술교사와 진행하신 프로젝트란다. 좋은 명화 구입하셔서 제목을 붙이고 복도를 갤러리로 꾸미셨다. 신선한 아이디어에 정성까지 느껴진다. 함께 일하신 미술 교사분은 남들보다 일이 좀 많으셨겠지만 그림 고르시고 갤러리 꾸미면서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상상해 본다. 두 분 모두 수고하신 고생은 다 잊으셨을 듯하다. 그 혜택이 고스란히 돌아갈 교직원.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행복을 상상하시며 기뻐하실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책 제목 '두 번째 산'이 떠오른다. 인생의 두 번째 산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산'을 오르고 계시는 듯하다.
손수 실천하며 모범을 보이신다. 교사와 함께 활동에 참여하신다. 교실 가운데 앉으셔서 모든 활동 적극적으로 함께하셨다. 강의 내용에 경청하셨다.가지런히 정돈된 책상, 참여자의 적극적인 반응, 특강자에겐 신바람 나는 환경이다. 교육은 사회화 작용이다. 교수자 준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여자 마음가짐, 환경 상황에 따라 그날의 강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번 강의에선 시간 배분을 못해서 10분 오버했다. 사실 시간 배분을 못했다기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강의가 길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쉬는 시간도 별도로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선생님들께서 끝까지 잘 참여하셨다. 감사한 일이다.
강의 마치며 귤을 준 어느 교사의 마음이 아직까지도 잔잔한 행복감을 준다. 배움, 소통, 존중, 기쁨...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런 교사에게 지도받는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귤은 언젠가 상할 테니... 사진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어 파일로 저장해 본다. 지식 교육에만 매몰되면 사라지기 쉬운' 존중, 소통, 기쁨, 행복 등'의 정의적 역량 교육이 이 학교에서는 활발하게 진행 중인 느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가 그렇지 못한가는 결국 우리 자신에 달려 있다고 했다. 철학자 칸트는 행복해지려면 다음 3가지 원칙을 따르라 했다.
위 세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교사는 행복해질 여건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학생을 사랑하는가? 미래에 희망을 가지는가? 교사 마음과 태도 선택에 달려있다.
여전히 멋지게 성장하시며 학생 교육에 애쓰시는 교사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가르치는 일에서 학생을 사랑하며 미래에 희망을 놓지 않은 교수자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우리 수학교육과 4학년 학생들이 학교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이런 교사분들을 많이 만나고 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미래지향적인 긍정 영향력으로 주변을 잘 이끌어가는 교사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그런 교사분들을 학교 현장 가까이서 만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책으로만 배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함께 일하며 직접 보고 배우는 것처럼 좋은 교육은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