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공유결합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결함들이 누군가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미래의 결혼을 생각할 때면, 꼬리의 꼬리를 무는 여러 가정 끝에 결국에는 저 문장으로 귀결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최종 형태는 외형과 마음 모양새가 어떻게 생겼건 간에 가지고 있는 ‘못생긴 결함’을 고쳐야 할 것이나 버려야 할 것이 아닌, 그냥 거기에 그렇게 놓여있는 요소로 여기는 것이다. 서로의 가치관을 옳고 그름으로 채점하지 않고, 우연히 겹치는 모든 영역에서 충분히 행복하기로 다짐하는 것, 서로에게 닿지 않는 차집합을 이해하는 과정을 오랜 시간에 걸쳐 가지는 동안 기꺼이 상대를 탐구할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이해를 건너 교집합이 넓어지며 결국 일치하게 되는 과정은 단숨에 일어나지 않을 테니, 그 여정을 참을성 있게 즐기며 함께 하는 것을 사랑의 모든 과정이라 보는 것이다.
여기서 ‘못생긴 결함’은 비단 콤플렉스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대개 이것들은 그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난 과거에서 비롯된다. 온전히 치유되어 종결되지 않은 그 일련의 사건들이 뒤틀린 채로 현재의 나에게 발현되는 것이다. ‘왜 저렇게 비뚤어졌나?’라는 질문의 답은, 대개 아팠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더 커다란 기억으로 덮어버리기 위해서 우리 몸과 정신이 무리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다. 간단하게는 ‘방어 기제’가 이것과 같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는 아내가 직장 동료인 다른 선생과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한 나머지 불륜 상대를 폭행하여 그 둘에게 접근 금지 처분을 받은 ‘팻’이 등장한다. 그 충격으로 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자신의 결혼식 날 축가였지만 불륜 목격 당시 틀어져 있던 음악이 돼 버린 그 멜로디를 들으면 공황에 빠지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폭행에 대해 사과만 할 수 있다면 다시 전 부인이랑 결합할 수 있으리란 믿음에 가득 차 있어 이미 마음이 떠났다는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남편을 잃은 ‘티파니’가 등장한다. 그녀는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 얻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장의 모든 직원들과 잤고, 이 때문에 실직하게 된다.
팻은 친구인 로니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그의 처제인 티파니를 소개받는다. 로니와 그의 부인이자 티파니의 언니 베로니카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서로 ‘지인’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팻은 티파니에게 자신의 편지를 전 부인에게 전해주기를 청했으며, 티파니는 편지를 전하는 대신 자신과 함께 댄스 대회에 나가는 것을 조건으로 건다. 거래를 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매끄럽진 않았다. 팻이 티파니의 결함을 평가하며 상처 주는 날도 있었고, 자신은 또 그 멜로디 때문에 길가에서 공황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며 나란히 있게 되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목표로 했던 대회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합을 맞춰가는 그들의 움직임과 비슷하게 말이다.
이 과정은 많은 결합 중에서도 ‘공유결합’과 매우 닮아있다. 예전에도 말했듯 사람 사이의 관계를 화학 결합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 보자. 온 세상의 화합물은 다양한 결합을 한다.
그중 공유결합은 아주 페어(Fair, 공정)한 결합이다. 왜냐하면 각자 한 개의 전자씩 각각 내어놓으며 전자 페어(pair, 쌍)를 구성하는 것이 그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공유결합의 종류인 배위결합도 있는데, 이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겠다.) 실제로 제자 중 한 명이 화학 결합 단원을 공부할 때, 이온 결합은 금속 원소가 비금속 원소에게 무조건 전자를 주며 결합하는 것이 꼭 항상 주는 사람만 주는 호구 같은 관계라서 싫고, 공유결합이 서로 하나씩 내어놓으면서 서로 사이좋게 안정해지는 것이 마치 이상적인 관계 같다며 한층 더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또 다른 친구는 공유결합이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거래를 하듯, 공유 전자쌍을 형성하는 과정이 마치 1을 주면 1을 딱 받으며 결합을 완성하는 것으로 보여 차갑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공유결합은 자신이 부족한 원자가 전자를 채워 18족과 같은 전자 배치를 가지기 위해 다른 원자의 전자를 가져오지 않는다. 다만 부족한 대로 서로 가까워지며 각자의 바깥 전자껍질의 영역에 상대 원자의 원자가 전자가 놓이게 되면, 겹치는 영역에서 전자가 공유되어 각자 18족과 같은 전자 배치를 가진 것처럼 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 순간이 바로 공유결합이 형성된 시점이다. 원자 각자의 원자가 전자는 여전히 18족처럼 꽉 차 있지 않아 결함이 있어 보일 수 있지만, 겹치는 영역에 놓이게 되면 서로의 전자가 공유된다는 이유만으로 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합은 이렇게 서로에게 가까운 거리만 허락되면,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가진다. 공유결합은 소위 강한 결합이라 불리는 여러 1차 결합 중에서도, 외력에 가장 강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모습에도 단순히 서로의 영역에 그렇게 놓여있기만 한다면 기필코 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그것도 엄청 강력한 결합을 말이다. 물론 결함이 있는 그 상태를 알면서도 더 완벽해지려고, 현재를 뜯어고치려고 하지 않아도 서로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팻과 티파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앞에서 열심히 언급한 공유결합에 대한 내용을 눈여겨보았다면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행복한 연인이 되는 해피엔딩이다. 화학에서도, 실제 삶에서도 결합했다는 것은 안정에 이르렀다는 것이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병에서 벗어났다. 영화 제목 중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은 햇빛이 구름 뒤에 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에서 삐져나와 만드는 은색 선을 말한다. 그들의 햇빛이 비로소 구름에 가려지지 않고 세상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