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하는데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해야 할까?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정말 더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까?
"카페 창업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머신을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카페 창업을 앞두고 계시는 수강생분들께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여러 장비 중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은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비용을 차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신중하게 되고 예산에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저렴하게는 300만 원부터 고가의 머신들은 3천만 원대의 머신들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면 3천만 원의 머신은 3백만 원의 머신보다 10배나 더 좋은 커피 맛을 내는 걸까요? 3백만 원의 머신으로는 좋은 커피맛을 낼 수 없는 걸까요?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3천만 원의 머신으로도 최악의 커피맛을 내는 곳을 많이 봤고 커피 맛집으로 알려진 곳에서 낮은 가격대의 보급형 머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은 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걸까요?
가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에스프레소 머신이 하는 역할을 살펴봐야 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크게 두 가지의 기능만 합니다. 첫 번째는 물을 끓인다. 두 번째는 물을 커피에 전달한다. 이 두 가지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첫 번째 물을 끓이는 기능은 보일러에 대한 부분입니다. 내가 구매하려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일러가 하나인지(싱글 보일러), 스팀보일러와 추출 보일러가 별도로 돼있는지(듀얼 보일러), 메인 스팀보일러가 있고 별도로 그룹마다 보일러가 따로 있는지(멀티 보일러), 그리고 PID(온도제어시스템)가 있는지 등등에 따라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 온도 조정과 유지가 달라지게 됩니다.
당연히 저가의 머신은 보일러 하나에 열교환기가 장착돼있어 스팀과 추출이 동시에는 가능하지만 연속 추출을 할 경우 온도 하락이 발생하게 되고 또 추출수의 온도를 정확하게 세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추출 온도는 커피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저가 머신을 사용하면 커피가 맛없게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정밀한 온도 세팅과 유지는 어렵지만 내가 하려는 카페가 커피보다는 디저트 위주이고 커피는 어느 정도의 맛의 범위에만 들어오고 크게 부정적이지 않게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손님이 특정시간대에 크게 몰리지 않는다면 저가형 머신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고 다른 변수들을 활용하여 적정 범위의 맛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려는 카페가 두 종류 이상의 다양한 커피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 주고 산미 있는 커피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표현하고 싶거나 특정 시간대나 계속 사람들이 몰리는 카페라면 싱글 보일러 머신으로는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커피 맛이 안 나오거나 맛의 편차가 너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에는 듀얼 보일러나 멀티 보일러의 머신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머신의 두 번째 기능인 물의 전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깊게 들어가면 너무 복잡하니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우선은 머신의 유량 값에 따라 내가 사용하는 커피의 맛이 달라지게 됩니다. 저는 보통 매장 세팅을 나가면 머신 위에 저울을 올려서 30초에 물이 몇 그램 나오는지 확인을 합니다. 예를 들어, 30초에 300g의 물이 나오면 그 머신은 초당 10g의 유량을 가진 머신인 거죠. 이 유량 값에 따라 커피의 표현이 달라지는데 어떤 유량 값이 정확히 좋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너무 유량이 강한 머신은 커피를 원활하게 추출하는 데는 조금 부적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산미 있는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판매할 계획이라면 유량이 너무 강한 머신들은 그런 커피를 제대로 추출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유량 이외에 머신이 커피에 물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보급형 머신은 동일한 유량이 계속 나오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흔히 '프리 인퓨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기능이 있어 물이 적은 유량으로 나오다가 증가하거나 중간에 유량을 바꿀 수 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물의 전달 방식을 달리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커피를 보다 폭넓게 추출할 수 있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기능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사용하게 되면 최악의 커피맛을 추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가 전문적인 지식과 커피맛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커피 맛에 많이 집중하는 카페를 하고 싶다면 이러한 기능이 있는 머신들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너무나 과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예산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구매할 수 있는 머신의 리스트를 나열하고 그중에서 내가 사용하려고 하는 커피와 우리 매장 상권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머신을 구매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신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사용할 커피도 결정이 돼있어야 합니다. 머신은 유량이 아주 강한 머신인데 나중에 사용할 커피는 방금 전 예시처럼 산미가 강한 라이트 한 커피라면 커피맛이 좋게 나올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현재 카페 창업을 계획 중이신데 어떤 장비를 구매해야 할지 고민 중이시라면 남들이 추천하는 머신, 유튜브에 많이 나오는 머신을 구매하시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계획하시는 매장의 상권과 운영 스타일, 사용하시려고 하는 커피에 가장 적합한 머신을 선택하시고 그 머신이 예산 범위를 넘는다면 그 아래 등급의 머신을 사용하고 다른 방법으로 맛을 최대한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