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피아노를 기다리며
학창 시절,
처음 피아노가 집에 오던 날
잠을 이룰수 없어
뜬 눈으로 지새다시피 하고
커다란 검정 박스 같은
피아노를 맞이 했다
몇 날 며칠
밤 낮, 이른 아침에도
피아노를 뚱땅 거리며 쳤다
수해가 덮치던 날 아침,
나의 사랑
나의 검은 연미복의 신사,
물 먹은 피아노를
그 무게 만큼이나
묵직한 마음으로 떠나 보내야 했다
한동안 나는 피아노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두번 째 피아노를 만났다
자줏 빛 마젠타 색이 고운
아름다운 독일 피아노를
운명 처럼 동네 중고 가게 에서 마주 했다
눔물 한 줌 위로 한 웅큼
싫컷 쏟으며 노래 하며 쳤던 피아노
지독하게 외롭던 내 텅 빈 가슴을 달래 준
매력적인 와인 색 그녀...
또 다시
홀로
그녀를 보내야 하는 날이 왔고
그 후로 나는 오래도록 그리워 했다
이사갈 집에 운명처럼
집 주인이 두고 간
짙은 번트 엄버색의 피아노가
잠시 또 나의 친구가 되었다
밥하다 말고 피아노를 쳤고 참 행복했다
그 집을 떠나며
내 노래를 담고 내 온기를 담고 있는
손 때 묻은 그 친구 에게
나는 또다시 슬픈 안녕을 고했다
네번째 피아노를
가질 수 있을까...
언젠간 가질 수 있겠지
옮겨 다니지 않고 정착 할 수만 있다면
귀인을 만나듯
축복 처럼 나에게 찾아 올테지
함께 살아갈 나만의 피아노를
꼭 갖고 싶다
꼭 다시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