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이 글에 나오는 인물들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가상의 인물들입니다. 에피소드는 화학 키워드를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다소 유치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우린 또 다투었네. 정확하게는 엄마의 일방적인 잔소리로 시작해서 끝이 난 것이지만 말이야. 우리는 왜 밥그릇에 붙은 밥풀 때문에 싸워야 하는 걸까?
엄만 늘 그렇지. 뭐든 사용하고 나서는 바로 정리를 해야 하지. 뭐 하나라도 너저분하게 있는 것을 참지를 못하지. 그런데 엄마. 내 직업이 작가잖아. 글을 쓰려고 하면 자료도 봐야 하고 때로는 그걸 책상 위에 늘어놓고 생각하러 산책도 나갔다 올 때도 있어. 그걸 책상을 정리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할 때마다 정말 미칠 것 같아. 그리고 밥을 먹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메모해야 해. 그걸 대체 왜 이해를 못 하는지 모르겠어. 그런다고 내가 혼자 자취하는 것을 절대 허락해 주지 않을 거잖아. '어디 다 큰 기집애가 혼자 산다고 그래? 남자애들 자취방에 들이려고?' 그러면서 말이야. 아니 우리 집은 조선시대에 살아?
엄마. 나 이제 어른이야. 남자 친구 만나야 할 나이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고 싶어. 엄마가 좋다고 만나보라고 한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야. 나하고 생각도 안 맞고 뭐 하나 맞는 구석이라고 없는 사람들을 왜 자꾸 만나라고 하는 거야?
그건 됐고 밥그릇에 붙은 밥풀이 아직 딱딱한데 그걸 왜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해? 밥풀은 물에 조금만 불려도 쉽게 떼낼 수 있잖아. 왜 대체 그 5분 10분을 못 참는 거야? 내가 오늘 인터넷에서 알게 된 교수님도 그러시더라. 딱딱한 밥풀 떼느라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말이야. 엄마. 설거지보다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아.
우리 조금만, 정말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서로를 바라보면 안 될까? 엄마가 날 정말 사랑하는 것 알아. 하지만 늘 그렇게 너무 가까이 와서 사사건건 뭐라 그러면 정말 숨 막혀. 이젠 정말 밥풀 때문에 싸우기는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