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지성은 싫다

by 원우

창백한 지성은 싫다는 말은 진작에 하고 싶었는데 먼저 몇 편의 글을 쓰고 나를 알린 다음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번에 올린다.


밑에 깔린 내용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이야기이고 더 나아가 세상물정 모르고 운동도 안 하고 공부만 한 지성인은 싫다는 이야기다. 교실에서만 열심히 공부만 하고 책상위 문제풀이에 시간을 보낸 사람은 돌려 이야기하면 세상에서 무엇인가 경험해야 할 소중한 시간에 그저 좋은 학교 가려고 아니면 출세를 위해서 되풀이해서 같은 문제를 열심히 푼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과 살다 보니까 좀 불쌍한 생각(이미 그러한 경험을 안 하고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나서 나이가 들고 나서 보니 그러한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 그러한 경험을 해 보고 싶지만 세월을 돌릴 수도 없으니까)이 간혹 들곤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하지 않고 그런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작금의 세상의 이치이고 현실이라 생각한다.


미국에 있을 때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Trump가 우리 주변 국가의 한 국가 정상과 양자회담을 하는데 처음 두 정상은 가볍게 서로 안부 인사하고 5분 정도 지나고 나자 그 주변국가 정상은 메모지 꺼내 들고 받아 적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항상 나를 걱정케 만든다, 공부도 어느 정도하고 세계경제를 아는 사업경험(야전경험)이 풍부한 지도자와 그렇지 않은 지도자와의 차이라 할까?


맹자한테 누가 이렇게 물어봤단다 “ 어떻게 성공합니까” 맹자왈 먼저 실패부터 하세요. 내가 젊은 시절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걸 피하기 위해 공자도 읽고 소크라테스도 읽고 공부하는데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 하고 내심 분노한 적도 많았지만 손자가 생기는 나이쯤 되니까 아프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인 것 같다.


내 가까운 친척(내 글에 앞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두 자매로 둘 다 미국에서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간판 좋은 대학을 나왔다)중 하나가 그 대학에 들어가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첫마디가 너희들이 수재라든가 최고라든가 생각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 교수말씀은 너희만큼 똑똑한 아이가 주립대학에 널려 있으니 제발 너희들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 말씀의 기저에는 자기가 최고라는 교만을 가질까 봐 노파심에서 그런 말씀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네디 대통령 때에도 간판 좋은 Inner Circle사람들이 끼리끼리 현실을 무시한 의사결정을 해서 소련(현재의 러시아)의 국가경쟁에서 밀리게 되었다는 분석이 생각나고 Arkansas주립대학을 나온 Clinton대통령, Naval academy를 나온 Carter대통령이 생각난다.


우리 아이중 하나는 미국에서 백인들과 힘들게 부딪치라고 의도적으로 사립 종교 고등학교에 보냈었다. 졸업 때 그 학교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아이들 (1등 2등)은 우리가 말하는 간판 좋은 학교 간 것이 아니라 1등은 아버지가 나온 주립대학(Legacy를 잇기 위해) 2등은 자기가 좋아하는 수영부가 제일 좋은 대학교에 진학했다. 한국 같으면 간판 좋은 대학 보냈을 테지만 미국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그렇게 진학 했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크게 배운 것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 애들중 한 애는 장거리 육상부 출신(Track)인데 학교 수업 전에(아침 7시-8시 반) 매주 2번씩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시간 동안 학교 주변을 5KM 뛰고(육상부 연습) 수업에 들어간다. 나중에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뛰고 나서 shower 하고 1교시 들어가면 머리속이 하얗고 아무 생각이 없단다. 그걸 고등학교 내 4년 동안(미국은 중학교 2년 고등학교 4년) 뛰게 한다.


2번째 경험은 Christmas 졸업연주회인데 그 연주회는 학기말 시험 바로 전날 일요일에 열렸다.(크리스마스 날짜를 옮길 수 없으니까). 미국에서는 12학년(고등학교 3학년) 1학기말 Christams 전 시험은 내신에 굉장히 중요한데(이때까지의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한다) 학부형 중 누구도 학교에 항의해서 날짜를 바꾸어달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 경험하고 목격하듯이 성실하고 똑똑한 인재는 학교를 어디 나왔냐 하는 것과 상관없이 언젠가 다 능력을 발휘해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나는 세상의 이치에 항상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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