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정신 지도: 두뇌 속 양자 얽힘과 데자뷔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by 카사노바의 생존 심리학 Mar 24. 2026
<그림 6-6>에서 보듯이, 수면 중 해마에 저장된 단기기억은 일정한 분류 과정을 거쳐 (주로 꿈을 통해) 두뇌의 각 피질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잠자는 사람의 뇌파를 측정해 보면 해마와 대뇌 피질 사이에서 뇌파의 동조(同調), 즉 함께 진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뇌파란 두뇌 속 신경세포인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진동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해마와 대뇌 피질 사이에서는 이러한 뇌파의 동조라는 독특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뇌파가 동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해마의 뉴런에 저장된 단기기억에 해당하는 뇌파가 이에 대응하는 대뇌 피질에서 동일한 형태의 뇌파로 재현되며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마의 단기기억이 피질의 장기기억으로 옮겨지면 해마에 저장되어 있던 해당 기억은 점차 약화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는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뇌과학자 리타 카터(Rita Carter)의 책 『THE BRAIN BOOK』 참조).
물론 해마에 저장된 단기기억이 모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마의 단기기억이 피질의 장기기억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그 흔적, 즉 뉴런의 연결 흔적은 오랜 기간, 어쩌면 평생 동안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해마의 이러한 특성을 잘만 활용한다면, 언젠가는 인간의 사후에도 (살아있을 때의) 기억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일이 분명히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해마와 대뇌 피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뇌파의 동조 현상은, 융이 말한 동시성의 원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 현대의 뇌과학자들은 두뇌 속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뉴런들, 예를 들어 전전두엽과 후두엽에 위치한 뉴런들이 어떻게 즉각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지에 대해 아직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 이론인 양자론을 통해 설명할 여지가 있다(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양자론에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 있다. 이는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하나의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순간 다른 입자의 상태 역시 즉각적으로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고전물리학, 즉 뉴턴 역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양자론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입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양자 얽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미세한 입자들로 이루어진 두뇌 속 뉴런들 역시, 양자 얽힘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양자 얽힘은 앞으로 계속 다루게 될 동시성의 원리와 그에 따른 끌어당김의 법칙, 그리고 데자뷔(déjà vu) 현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