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2019년부터 국제 치안산업대전 이라는 행사를 하고 있다. 매년 10월21일 경찰의 날을 전후해서 인천 송도 컨벤시야에서 열린다. 경찰이 원하는 규모와 예산 사정을 고려해서 계약한 장소라고 한다. 일종의 특약으로 계약한 듯.
치안에 대한 과학기술 연구, 정보화시스템, 장비 등 연구개발과 산출물에 대해 경찰, 기업, 연구기관들이 전시하고 홍보, 협의하는 장소이다. 규모가 크다. 거의 100여개 이상의 관계자들이 컨벤션 전체를 채운다. 부스 운영과 별도로 세미나, 협약식, 발표회 등을 한다.
1. 산업대전 참석 개요
우리 연구소는 매년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은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 부스에서 모니터 1개를 놓고, 개발 동영상을 보여줬다. 당시는 ETRI가 주관하는 과제를 홍보하는 동영상을 편집해 틀어뒀다.
2020년엔 코로나 로 온라인 사이트만 운영했다. 2021년엔 규모가 확 커졌다. 우리 연구소 과학기술연구부서들이 모두 부스를 운영했다. 3D프린팅, 법과학기체연구, 자율주행연구, 장비평가연구 팀들이 모두 각자의 산출물을 전시했다. 우리 연구소의 산출물은 인기가 좋은 편이다. 개발자들이 직접 성과를 설명하니 의사소통도 재밌고, 내용 전달도 생생하다. 경찰 내 유일한 기술연구부서이다보니, 발전단계도 앞서 있다.
매년 전시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 우리 센터의 운영 경과를 소개한다. 우리센터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운영했다. 너무 넓어서 황량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방문자들이 많아서 적당했다. 넓은 만큼 책상, 의자들을 빌려 놨는데, 우리도 앉고 손님도 앉을 수 있어서 괜찮았다.
우리 센터에서 소개한 전시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센터의 대표 과제인 보이스피싱 대응 시스템이다. 보이스피싱범 목소리와 경찰데이터 인터넷 수집 데이터를 분석한다. 목소리의 동일성, 내용 유사성 등을 분석해서 경찰 수사 단서를 찾거나 신고 직후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경찰관들이 피해자들로부터 수집한 많은 음성 파일 들 속에서 음성과 내용이 유사한 수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찰들이 수집한 계좌나 통신 내역과 결합하면 범죄 조직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보안회사나 지자체 등과도 협업한다면 전화통화를 분석하는 등 방법으로 범죄징후를 파악해 예방하거나 즉시 출동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차량번호판 분석 시스템이다. ai로 흐릿한 번호판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한국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할 때 우리 연구소가 함께 했다. etri의 개발과정에 실제 범죄현장 촬영 사진/동영상 3천장을 활용해 성능을 높혔다. 20년 개발이 끝난 후, 우리 연구소에서 활용하면서 절차를 만들고 21년 정보화시스템으로 만들어 경찰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경찰관 2천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용한다. 올해는 인식 성능을 높혀서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차량번호판 식별프로그램 상용품이 1개 유저당 3천만원 이상을 받고 있는 걸 상정하면 6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앞으로 차종의 인식, 수배차량의 자동 인식, 스마트폰/순찰차에서의 활용, 지자체(관제센터)/공공기관(도로공사 등)과 연계 등이 해야 할 일이다.
<스마트치안빅데이터 플랫폼>도 있다. 경찰/공공/민간의 치안활용 데이터를 모으고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자체도 국내 유일한 치안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의의가 있지만, 이것을 활용한 안전 서비스/개발/연구 논의가 가치있다. 이 시스템은 경찰 데이터를 모아서 민간/공공 제공하고, 민간/공공의 서비스에 결합할 수 있는 인프라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목소리분석 / 직장내 괴롭힘 대응 / 탐정 서비스 도 사업으로 상의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 과정에서 민간회사들과 그런 사업을 기획하는 세미나도 개최했다.
세미나는 10.20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나눠서 했다. 오전 회의는 보이스피싱 연구개발에 관심있는 민간(더치트, 플렌티넷) 연구기관(ETRI) 경찰(합동수사팀,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찾아주셨다. 오후 세미나는 민간 투자형 치안안심플랫폼을 기획한 (주)메타로직 컨설팅 변종봉 대표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서비스를 준비하는 (주)디네핏 최지희 대표, 국가공인탐정협회 최재경 회장 등이 토론회를 했다.
2. 박람회의 운영 성과에 대한 고민
우리 센터는 경찰관들이 많아서 현장 지원에 관심이 많고, 국민-경찰에 알려진 서비스를 많이 하는 곳이다. 그렇게 4년째 연구소에서 최초 참여했고, 올해까지 대표선수로 앞장서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는 참여를 마지막 단계까지 고민했다. 지난해 3회차 째 지치고 성과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5개 부서 2개 부스를 운영하고 박람회, 발표회, 강의, 세미나 등을 운영했는데 운영비만으로 6~7천만원 이상을 사용했다. 20여명의 4일간 인건비를 고려하면 최대 1억이었을수도 있다. 그만큼의 예산을 들여 어떤 가시적인 목표 달성을 했는지 모호했다. 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의미한 가시적 홍보를 했다거나 등도 측정하기 어렵다.
특히 아쉬었던 것은 부스를 운영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알리는 것이 '홍보의 주체'가 아닌 '전시물로의 객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있었다. 부스를 기획하고, 전시 계약을 체결하는 일체 과정 뿐은 물론, 전시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주차를 하고 잠을 자는 과정에 대해 지원이 없거나 부족하다. 노고를 알리는 뿌듯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잘 하라고 내몰리기만 할 뿐 지원을 하거나 함께 하는 느낌을 받기가 부족했다.
자기 업무에서 자기가 소외받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참석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동료들이 나름 함께 하는 좋은 경험이라며 마지막에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그 과정도 상대적으로 예산 사용이 유연한 산학협력단 연구비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번 전시회는 거의 전원이 송도에서 숙식하며 의사소통하고, 우의를 다졌다.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올해는 팀빌딩에 주력하고 있다'는 말씀 들을 때 있다. 그 말이 잘 이해가지 않거나, '팀을 짰으면 빌딩은 알아서 하는 것이지 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무식의 소치이다. 구성원간 케미는 절대적이다. 협업 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의미있는 산출물은 불가능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올해 전시회에서 이들이 서로 만든 문화를 해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목표이다. 각자가 연마하는 지식과 기술, 인적 기반들을 서로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시키면 시킨대로 하라'는 옛 곤조의 사람에겐 설명할 없는 선진 문물이다.
함께 한 센터 동료들, 좌에서부터 필자, 아래 김규리, 김재후, 김대호, 위 좌 김희두, 최주현, 이서영, 임경원, 이상옥, 김창식, 김완중
박람회를 4년째 매년 참석하다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산업은 수요자와 공급자, 시장이 있어야 한다. 치안산업은 압도적 구매자가 경찰 또는 공공이다. 시장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현재 박람회 주요 컨텐츠는 공급자의 상품 전시회다. 끝나고 나면 무엇이 남았나 아쉽다.그럼에도 산업대전을 만들었으면 시장을 만들려고 촉진해야 한다. 내년도 연구개발/정보화사업 설명 / 민간 투자 설명회 등을 하면서 수요자 네트워크도 운영했으면 한다.
치안/안전은 스타트업들이 관심가질 좋은 주제이다. 서로 협의/발표/토론할 자리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4일동안 경찰청 기관 행사 중심이라, 부스 운영 기업/기관들이 서로 만날 시간이 없다. 자기들이 돌아다니면서 만나면 좋겠지만, 나도 해봤더니 다소 뻘쭘하더라. 자기 소개회라도 만들면 좋겠다.
치안산업대전을 기획, 운영하는 경찰청 미래치안국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매년 발전하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나처럼 여러 시각에서 이 행사를 오래 보고 있는 사람도 몇 안될 것이다. 다음 단계는 각 참여자들의 성과지표를 조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계약 건수가 되었던 설문조사/회원가입이 되었던 유의한 실적으로 도출하도록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