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쓰파인더 May 14. 2022

김이수 전 헌법재관님 논문 봉정식

훌륭한 법관과 선배님에 대한 헌정의 자리

광주 전남고등학교라는 곳을 졸업했다. 1997년당시 25회 졸업생이니,  꽤 오래된 공립고등학교이다.


선발시험을 치르던1970년대 이전엔, 나름 지역 내 위치가 있었지만,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다.  전통있는 지역 명문은 광주제일고등학교, 광주고등학교이고, 평준화 이후엔 특색있는 사립고등학교도 응집력을 보이기도 한다. 졸업 이후 친구들과 어린 시기를 함께 했다는 친구로 계속 만나고, 사회생활에서는 이해관계가 옅은 선후배들을 여러 분야에서 뵈면 반갑게 인사하는 정도의 학교이다.


40대 부터는 동문회 활동을 조금씩 하고 있다. 좋은 선배들이 후배들 고충 신경써주는 걸 몇 차례 겪다보니 그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5.13일 4회 선배이신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님의 고희 기념 논문 봉정식이 열렸다. 재판관님과 인연이 있는 법학자, 재판관님의 행보를 존경해온 법관 29명이 논문을 써 헌정하는 자리였다. 

아래는 어제의 행사에 대한 언론 기사 이다. 


‘미스터 소수의견’ 김이수 “앞으로도 공익 활동하면서 살겠다”


판례를 가끔 읽는 직업이기에 재판관님의 판결을 찾아 읽어본 적이 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언급하는 판결에서.. 무릇 그러한 사고의 책임과 조치가 모두 전적으로 국가의 잘못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한 위기의 순간에 국가는 최선의 역할을 해야 하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피해를 입은 사람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준엄하면서도 따뜻하고 빛이 나는 문장이었다. 글로서 규범을 제시하는 판결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런 길을 함께 걸었던 분들이 책을 써 올리는 봉정식을 주최했다. 요즘 흔치 않은 일이다. 그 뜻에 일부라도 참여하고자 고등학교 동문회는 장소와 식사 등을 준비했다. 며칠 전부터 총무 일을 했는데, 보람이 있었다. 경찰 일하면서도 현장보다 사무실 일을 많이 한 편이라, 이런 일이 익숙한 게 다행이었다.


많은 분들의 축사를 인상깊게 들었다. 동료 학자, 고위 정치인, 제자 격인 법관과 법학자들이 바라보는 김이수 재판관님은 공익을 바라보며 오롯이 글을 쓰는 법관이고, 후학들을 아끼는 선배였다. 친우들에게 유쾌하면서도 자신의 일에는 엄격한 일면을 함께 추억했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인사 나눌 기회도 드물었던 재판관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인연을 같이 하는 분이 훌륭한 길을 걸었고, 지금도 가고 계시다는 것을 알면 비록 먼 거리이지만, 나도 언젠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웃을 수 있는 길로 가자는 힘을 얻는다. 아마 이번 행사에 함께 한 동문 선후배들, 법조계 분들도 같은 마음이셨으리라. 

작가의 이전글 기술 악용 범죄와 경찰 대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