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B 씨 머리예요, 파마한 거예요.”
미간과 이마 어딘가 어색하게 시선이 꽂힌다. 고불거리는 머리를 보고서겠지. 그래 맞아. 이건 진짜 곱슬머리야. 엉덩이만 욱여넣은 좁디좁은 의자, 코를 찌르는 퀴퀴한 냄새, 귓바퀴에 닿는 뜨거운 수증기 “거참, 머리숱 많네요." 웃음으로 포장했지만 느껴지는 볼멘소리. 열 살, B의 첫 매직 스트레이트 기억이다.
엄마는 곱슬곱슬 머리카락을 보며 반듯하게 펴는 '매직 스트레이트' 시술을 강요했다. 엄마의 머리카락도 곱슬이면서 말이다. B는 예뻐질 거란 기대감에 거울 속 반사된 자신에게 미소 지어 보인다. 매직 시술은 열 살 하고도 이십 년, 삼십 살이 되어서야 멈췄다. 물기로 가득한 축축한 여름, 생머리 위로 빼꼼 나온 곱슬이 지겨워서.
생머리는 차분하고 반듯하다. B도 삶을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직업과 성격, 깔끔한 옷 스타일, 다른 이의 의견을 수용하는 삶 생머리와 B의 인생 제법 닮았다고 생각한다. 거금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직모 스타일 대신 하염없이 머리를 길러본다. 꿋꿋이 길러낸 곱슬머리 어색하다.
다만 드디어 *홀가분하다! 보이기 위한 행위가 아닌 내가 편안하고 만족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천천히 알아보려는 시간. 곱슬머리가 되어 온전한 나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토대로 변화하며 이제는 살 것이다.
*홀가분 : 거추장스럽지 아니하고 가볍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