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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pr 08. 2024

흑백사진

아버지







세끼 밥도 못 먹던  시절

어머니의 병고로 붉은 치마폭에 싸여

젖 한번 물리지 못한 탓에

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젖동냥을 다녔다


나의 해맑은 웃음에

하루를 저당  잡힌 채

낯선 여자의 품에서 허기를 채웠다



내가 커가면서

잔칫집에 전전하던 아버지

하얀 쌀밥에 생선살 올려주며

"어여. 많이 먹어라."

눈칫밥인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던 나


열한 살에 죽음이 무언지도 모르는데

시간 밖으로 나  앉은 아버지

발목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줄도 모르고

동생하고 사과 한쪽 더 먹겠다고

싸우던 그날


슬픔의 무게도 모른 채

소란했던 하루가 다가오면

아버지의 흑백사진이  방 안으로 들어와

나의 숨결을 다독여 주었다


짧게 지불한 한 생

사진 속에 아버지는

아무런 걱정 없이 웃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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