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 밥도 못 먹던 그 시절
어머니의 병고로 붉은 치마폭에 싸여
젖 한번 물리지 못한 탓에
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젖동냥을 다녔다
나의 해맑은 웃음에
하루를 저당 잡힌 채
낯선 여자의 품에서 허기를 채웠다
내가 커가면서
잔칫집에 전전하던 아버지
하얀 쌀밥에 생선살 올려주며
"어여. 많이 먹어라."
눈칫밥인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던 나
열한 살에 죽음이 무언지도 모르는데
시간 밖으로 나 앉은 아버지
발목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줄도 모르고
동생하고 사과 한쪽 더 먹겠다고
싸우던 그날
슬픔의 무게도 모른 채
소란했던 하루가 다가오면
아버지의 흑백사진이 방 안으로 들어와
나의 숨결을 다독여 주었다
짧게 지불한 한 생
사진 속에 아버지는
아무런 걱정 없이 웃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