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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Dec 13. 2023

중성화수술을 하지 말아야 했다

질책

처음에 우리집에 온 깜복이



나는 늘 한 시간 정도 깜복이와 산책을 한다

산책을  나가려고 하면 뭐가 좋은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흥분을 가라앉히질 않는다


오늘도 예전과 같이  산책길에 나섰다

잘 꾸며진 공원길을 걷고 있는데

조금 전부터 우리를 따라오는 여자가 있었다

나는 그냥 산책하는 사람이겠거니 생각하고

조금 쉬었다 가려고

나무 의자에 앉자 그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머뭇거림도 없이 개를 어디서

분양받았냐고 물었다.

난  아들이 데리고 왔다고 했다.

혹시 나중에 분양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나에게 묻자 난 중성화수술을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아니 이 좋은 종자를

중성화했어요?

개에게 물어봤어요?

흥분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고

깜복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녀는 깜복이를 가리키며

너 주인 잘못 만났어!

내가 주인이면 3대는 책임진다는 말을

연거푸 해댔다.

그녀의 말에 나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었다

나도 단독 주택에 살면 중성화수술은

하지 않았을 텐데.

아파트에 사니 어쩔 수 없이 중성화수술을 했다.

그리고 깜복이를 볼 때마다 가끔씩

미안해 깜복아! 

중성화수술을 해서 말하곤 했다.


먼 훗날

이번 생은 엄마와 같이

잘 살다가 생을 마쳤노라고 생각해 줘

나는 깜복이에게  말해주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꼬리만 흔들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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