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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송영희
Dec 05. 2023
치매
머릿속 지우개
방문을
들어서자
아
줌마 누구요.
?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의 밑단을 잘라내
예전의 엄마를 찾고
싶었다
육십이 넘어 한글을 깨치고
이름 석자 벽에 붙여 놓고
좋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이름과 나이 주소가 적힌 종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두 아이를 앞세우고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 속에
풀잎처럼 휘청이던 목숨
그녀의 머릿속에
지우개를
너무 많이 넣은 것은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목숨처럼 아끼던 딸이 아줌마가 되어서야
그녀의 눈에 눈물이
멈췄다
낙화가 흩날리던 봄날
그녀의 죽음 앞에
커다랗게 쓴 이름 석자
가슴
에 넣어
주었다
기억해 줘 내 이름
가슴에 붉은 흔적
아직도 화상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다
한 번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음 했는데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조차
너무 큰 고통이 짓누르고 있어서
모두 머릿속을 지우개로 지웠나 보다
오빠는 교통사고
큰언니는 악성 유방암으로
두 자식을 앞세우고
나도 데리고 가라고
신께 비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허공에 떠있는 몸을 가라앉히는 데는
남
아 있는 세자식이 있어서 그나마
중력 속에 살 수 있었지만
정신은 하늘에 올려 보내고
빈 껍데기만 남아
나를 아줌마로 안 채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가슴 아픈 엄마의
생을
어루만지며
저승에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생이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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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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