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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26. 2023

시누이 사랑

올케 언니가 뭐라고


포항에서 커다란 택배 상자가 왔다.

가까스로 거실에 옮겨 풀어보니

깨, 마늘, 땅콩호박, 토란, 말린 호박

들깨가루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가슴에는 뜨거움이 왈칵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친정어머니는 돌아 가신지 30년이 지났고

무엇 하나를 사도 내가 내손으로 사야 하는데

올케 언니가 뭐라고

농사를 지어 정성스레 시누이가 보낸 것이다.

시누이는 고모부가 정년을 앞두고 있자

땅을 사서 농사를 조금씩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고모부가 정년 퇴임을 하자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매달려

일할 수 있게 하니 또한 지혜로움도 엿보였다.

우리 식구 먹을 것만 지어요.

말은 했지만 원래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시누이는 400평의 땅에 온갖 것을 다 심어

유기농으로 농약도 안 주고

정성을 다해 가꾸니

작물은 그야말로 명품이다.

이렇게 수확한 농작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보내온다.

난 지금 시누이가 농사지어서 보내준 토란으로

따끈한 토란국을 끊이면서

마치 친정엄마가 보내준 음식

아 마음 가득 따스함이 밀려온다.

5월에도  양파, 감자. 마늘, 들기름과 참기름

짜서 보내 주었는데

늦가을에 또다시 보내준 농작물

이 귀한 것들을 앉아서 받아먹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올케인가

시누이 사랑이 나에게 달라붙어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다.

농사짓는 게 무척 힘든데도

내가 물어보면 운동삼아 하는 거라며

웃어넘긴다,

늘 건강하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오늘은 먹기에도 아까운

땅콩호박으로 호박죽을 끊여

시누이 사랑을 온몸에 퍼지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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