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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17. 2023

그늘의 뿌리

투병


죽음으로 일생이 정리되는 줄 알았다

자궁암 유방암 임파선암으로

전이되면서

그녀의 몸속에 

암은 장기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들녘이 수십 번 옷을 갈아입어도

병에 짓눌려

납작한 매트리스가 되어 있었다

얼룩진 벽지에는

고통의 비늘이 쌓여 있고

개지고 짓눌린

그녀의 모든 밤은 통증이었다


덜거덕 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나는 늘 반대편에서 서성였고

허공에 마른 잎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위태로움을 느껴야 했다


비가 내리면 빗소리에 눈물 흘려보내고

세찬 바람이 불면 바람에 아픔을 날려 보내고

혼자라는 외로움에 등을 기대면

그리움의 냄새가 났다


그늘의  무게를 잴 수 없는 몸으로

아직은 살고 싶다고

한 줌의 재가 되기 싫다고

마디에 새기는 그녀


봄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겁먹은 두 눈동자에

봄의 들녘

눈부시게 올라오는 꽃들

그녀를 부르고 있다고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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