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속에는
떠나간 것들이 다 들어와 숨어있다
짓눌린 그리움으로 사진첩을 들춰보면
엄마가 짜준 스웨터를 입고
여섯 살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가난의 속울음 속에
생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호롱불 밑에서 작아진 스웨터를 풀어
주전자에 뜨거운 김을 쏘이면
새실이 되어 나왔다
갸우뚱한 물음표를 던지자
밤이 늦었다. 어여 자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의 모습은
늘 창백한 새벽과 닮아 있었고
사나흘이면 뚝딱 만들어지는
스웨터 속에는
괘종소리의 울림과
엄마의 관절 소리가
잘게 부서져 들어있었다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엄마의 시간 속에
스웨터 입은 여섯 살 아이의 사진을
부엌에 걸어두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호명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려
나는 그때마다 대답을 해 주었다
엄마는
고흐의 해바라기그림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