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귀
가방 속의 나는 반쯤 열린 귀
나를 펼치면 과거와 미래가 빼곡히 적혀
오늘을 마주한다
속지처럼 끼어있는 단어들이
하루를 일으켜 세우고
끝내 실행되지 못한 계획들이
접힌 사이에서 숨을 몰아 쉰다
찢겨나간 페이지는
남기지 못한 하루가
바람처럼 빠져나가고
작은 문장들 사이로 지나간 시간이 누워있다
감정은 없고 기억 만이 춤추는
지난 일들이 다 제자리를 찾았을까
빈 페이지는 오지 않을 말을 품고
손바닥 크기의 기억들이 나를 불러 세운다
펼쳐지기까지는 말이 없다가
펼쳐진 면 위에
또 다른 하루가 이정표를 세우고
오늘이 놓고 간 길을 또다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