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26년 3월 6일 세대 전기 점검

by 마법사

과장님이 전기설비 점검 기록표를 건넸다.

“오후에 세대 점검 한번 돌아보죠.”


전기설비 점검표에는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 적혀 있다.
절연저항, 누설전류, 접지저항.

설문지로 돌리면 대부분 다시 전화를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아파트 집에 측정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전기과장이 있는 것이다.

과장님은 직접 세대를 방문해 점검하겠다고 했다.

입대위 회장이 좋아했다는 말을
소장님이 웃으며 전했다.


101동 최상층부터 시작했다.
계단을 따라 한 층씩 내려갔다.

EPS실에서 세대로 들어가는 전류를 먼저 확인했다.
누설전류는 대부분 1mA 안팎이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도 있었고
왜 왔냐는 표정으로 문을 여는 사람도 있었다.
낮에 바쁘다며 다음에 오라는 사람도 있었다.


세대 분전함을 열어
탄화 흔적과 접촉 상태를 확인했다.
콘센트 접지도 확인했다.

특별한 공사를 하지 않은 집은 대부분 문제가 없다.

대신 다른 문제가 보였다.


인덕션이었다.

3kW가 넘는 인덕션을 사용하면서
전용 회로 공사를 하지 않은 세대가 많았다.

가스 대신 인덕션을 쓰는 집은 늘고 있지만
전기공사에 대한 인식은 아직 따라오지 않는다.


과장님은
오븐과 함께 사용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제품이 알아서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점검을 마치고 내려왔다.


낮 시간의 아파트는 조용했다.

세대의 30% 정도만 문을 열어 주었다.

사람이 없는 집이
생각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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