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3월 10일 위험성 평가회의
“10시에 위험성 평가 회의를 좀 하시죠.”
과장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새로 오신 과장님은
늘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부탁인지
업무 지시인지
가끔 분간이 어렵다.
관리과장, 기계시설 대리, 경리대리,
영선주임, 기전주임, 청소반장, 경비반장.
모두 회의실에 모였다.
“사진부터 찍어야죠.”
“사진 안 찍으면 회의 안 한 거 됩니다.”
대리님의 농담에
재활용 청소반장님이 카메라를 들었다.
과장님이 프린트물을 나눠 주었다.
“위험성 평가서입니다.
빈도가 많은 작업과 위험한 작업을 한번 보시죠.”
조용히 종이를 넘기는 사람
안경을 꺼내 쓰는 사람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사람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형식적인 절차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보호구는 꼭 착용해 주세요.”
회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별한 의견 없으시면 사인해 주세요.”
종이가 한 장씩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장님의 전달사항이 있었다.
“걸레를 주차장 벽에 기대어 말리지 말아 달랍니다.
주민들이 보기 불편하다고 합니다.”
또 하나.
청소 공구함 이야기였다.
호텔에서 쓰는 것처럼
번듯한 청소 공구함이 새로 들어왔다.
“그거 너무 무거워요.”
청소반장님이 말했다.
“그래도 회장님이 생각해서 사주신 거니까
한번 써 보세요.”
대리님의 말에
청소반장님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
“그럼 이만 회의 마치겠습니다.”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모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리를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