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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은 Sep 01. 2024

진통제의 소중함을 깨닫다

#4 요관 스텐트 시술


8월 8일


입원을 하고 나면 7시 정도에 아침을 먹고 8시부터 9시 사이에 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신다. 그리고 수술 하루 전인 이날에는 염증으로 인한 유착이 심한 상태라 장을 잘라내면서 옆에 있는 요관을 잘라낼 가능성이 있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더 복잡해질 수 있으니 미리 방지하기 위한 시술을 하나 받자고 권유를 해주셨다.


그건 바로 요관 스텐트 시술

비뇨기계의 원발성 악성 종양, 다른 장기의 악성 종양으로부터의 전이, 결핵 등과 같은 감염, 외상 및 수술 시의 손상 등으로 요관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또는 요로와 복강 및 창자 사이에 통로가 생겼을 때 소변이 내려가는 길을 확보하고 신장부터 방광까지 이어지는 요로의 압력을 낮추기 시행하는 시술



보통은 요관 협착과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에나 받는 시술이지만 나는 수술 도중 요관을 잘라버리는 대참사를 미리 막고,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받기로 결정했다. 


몸 안으로 관을 넣는다니.. 심지어 마취나 이런 것 없이 진통제만 맞으면서 들어간다니... 이제껏 정말 많이 아파보고 이런저런 시술도 많이 받아본, 시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득한 나로서는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었다. 안 받고 들어가면 안 되냐고, 수술 당일에 마취하고 그냥 같이 받으면 안 되냐고도 해봤지만 시간 상 그럴 순 없다고 하셔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서워도 10분 15분이면 금방 끝난다고 하니까... 그렇게 아픈 시술도 아니라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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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수술실로 들어갔고 하의를 탈의한 채 다리를 벌려 앉았다. 여성 분들이라면 아마 아시겠지만 그 굴욕의자처럼 생긴 곳에 앉아서 시술을 받았다. 아니, 그것보단 조금 더 활짝 다리를 벌리고 누운 상태로... 음 굴욕의자 상위호환버전,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하면 얼추 맞을 것 같다.

아무튼 다리를 벌린 상태로 누우니 넣고 있던 소변줄을 먼저 제거해 주셨고,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국소마취제를 바른 채 시술을 시작하셨다. 초음파 같은 걸 보면서 유도철사를 가장 먼저 삽입하고 그 이후 길을 따라 양쪽 요관에 스텐트를 삽입했다. 트라우마 때문에 겁을 잔뜩 먹은 나는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신음소리를 내거나, 크게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차후에 선생님께서 많이 아팠냐고, 왜 그렇게 소리를 냈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냥 엄살 부린 거라고 이야기하기가 뭐해서 머쓱하게 웃으며 넘어갔다.)


시간은 15분 정도 걸렸고 스텐트 삽입 후 다시 소변줄을 넣은 뒤 병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여기까진 몰랐다. 왜 안 아플 수 있었는지. 이후에 얼마나 큰 통증이 나를 괴롭힐지..



병실로 올라와 엄마에게 시술이 너무 안 아파서 놀랐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겁 먹지 말 걸 그랬다며 나의 경험담을 풀어놨다. 그리고 짧은 낮잠을 잔 뒤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에 딱 앉아서 평소처럼 볼 일을 보려고 하는데 순간 허리가 찌릿하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랫배도 누가 난도질을 하는 것과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도저히 혼자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도움을 받아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누운 상태에서도 통증은 사라지질 않았다.


그렇다. 내가 스텐트 시술을 받을 때에도, 받고 나서도 안 아프다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건 다 진통제 덕분이었다. 교수님 실력이 좋아서 금방 끝난 걸 수도 있지만... 진통제의 힘은 정말 엄청났다. 약빨이 떨어진 순간 몰아쳐오는 통증과 불편함... 빠르게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 다시 약을 넣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하루 전에 받은 시술이라 오랜 시간 유지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 하루라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벅찼다.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일찍 자려고 했는데 허리와 옆구리가 자꾸만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난 뜬 눈으로 수술 하루 전 새벽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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