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친절사원 김민우

by 김승수

29세 김민우. 그는 ‘L’ 기업 에어컨 수리기사이다. 평소 싹싹한 태도와 환한 미소를 바탕으로 수많은 고객의 에어컨을 고쳐온 그는 이달의 친절 사원이다. 조끼 좌측에 달린 노란색 웃는 얼굴의 친절 사원 뱃지는 그의 친절도를 대변한다.

여름은 에어컨 수리기사가 제일 바쁜 계절이긴 하지만, 최근 전례 없는 무더운 더위로 인해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오늘도 경기도 광주의 ‘H’ 아파트 단지에서만 5건이 잡혀있다. 무리해서 일정을 잡긴 했지만,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더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오늘같이 같은 단지에서 여러 건이 들어왔을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수리 일정을 잡곤 한다.


수리를 하기 위해 집안에 들어서면, 김민우는 그 집 전체를 훑어본다. 혹여나 수리하다가 비싼 물건이라도 망가뜨리면 모두 배상해야 해서 생긴 습관이다. 이러한 그의 습관은 그 집안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되곤 한다. 가전제품, 화분, 책 등등 다양한 것들을 바탕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진이 담겨 있는 액자가 가장 유용하다. 집안에 걸어두는 사진은 보통 기념할 만한 일을 추억으로 담아둔다. 때문에, 김민우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로 고객과 스몰토크를 이어가며 본인과 집주인 간의 어색한 공기를 해결하곤 한다. 이것이 김민우가 이달의 친절사원을 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오늘 ‘H’ 아파트 305호에는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부모님과 학생으로 보이는 자녀 2명. 모두 해맑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 보고 있었다. 화목한 분위기의 가족사진이 걸려있는 집은 대체로 가족사진처럼 집안이 화목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부모 쪽에서 먼저 신이나서 자식 자랑을 시작한다. 그때, 적절한 리액션으로 반응을 해주면서 작업을 이어가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리가 완료할 수 있다. 305호도 역시 인서울 대학교에 입학한 아들 이야기만 하다가 수리를 끝이났다.


501호에는 팔뚝만한 참돔을 잡은 아저씨 사진이 있었다. 김민우의 빅데이터에 의하면, 취미가 확고한 중년 남성은 자신의 취미에 관해서라면 20대 여성들의 못지않게 수다를 떨 수 있다. 아마 김민우가 만나온 중년 남성들 옆에 소주까지 있었더라면 그들은 4시간도 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취미가 따로 없는 김민우지만, 501호에서 만큼은 낚시를 해보고 싶은 청년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501호 중년 남성은 자신이 애정하는 낚시 포인트까지 설명해가며 성심성의껏 김민우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수리가 끝나자, 501호 남성은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성실한 청년이라며 김민우를 치켜세워줬다.


202호에는 임신한 아내와 남편이 배를 쓰다듬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김민우에게 202호 같은 집은 대화를 나누기 가장 쉬운 집이다. 비슷한 나이대의 확률이 높고, 대부분 관심사 또한 결혼, 내 집 마련, 돈 모으기와 같은 주제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결혼과 태어날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듯이 이야기하면 쑥스러운 척하며 부부는 김민우와 이야기를 이어간다. 202호를 나서면서도 얼른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건내며 수리를 완료했다.


‘H’ 아파트 단지의 에어컨 수리를 마친 김민우는 서울에 있는 작은 원룸으로 퇴근했다. 조끼를 걸어둔 채 침대에 눕자, 오늘의 업무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 평가 알림이 뜬다. ‘친절해요’ ‘싹싹해요’ ‘웃는 모습으로 응대해주십니다’ ‘성실해요’ 등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평가가 가득하다. 김민우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 한쪽에 걸려있는 네모난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무표정한 김민우가 서있다. 낚시도 좋아하지 않고, 결혼도 하고 싶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김민우. 그의 뒤편에는 이달의 친절 사원 뱃지만이 그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