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다양한 산업이 전례 없는 변화를 맞고 있다. 아이돌 산업은 온택트 콘서트로의 전환을,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의 퍼스널 모빌리티는 이용률 6배 증가라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영화 산업의 변화는 단연 돋보인다. 넷플릭스, 왓챠를 비롯한 각종 OTT 서비스가 급성장했고 극장가는 연이은 적자를 맞으며 많은 상영관이 문을 닫기도 했다.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팬데믹에 극장가는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OTT(Over The Top) 서비스 중 가장 규모가 큰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결제 수입 5000억원을 돌파했다. 2018년 657억 원, 2019년 2483억 원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의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거주시간이 증가하여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매일 확진자가 1000명 가량 나왔던 2020년 12월 넷플릭스의 결제금액은 587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국내 드라마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 따라 여러 플랫폼의 한국 진출도 확장되고 있다.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와 왓챠를 뒤로하고 미국의 애플TV와 HBO Max를 시작으로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까지 올해 한국 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프라임은 SK의 웨이브와,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 3대 통신사와 협의를 진행한 만큼 그 시점이 머지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극장가는 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CGV는 2020년 연간 3925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가 감소했고, 순손실은 증가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극장 관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여서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되며 나타난 피해이다. 메가박스의 지난해 매출 또한 1045억 원으로 2019년 대비 68.6% 감소했다. 총 매출액에서 순수익 비율을 계산하여 산출하는 영업이익률은 -65.3%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극장가와 OTT 서비스의 이러한 희비교차에 따라 영화산업이 어떻게 탈바꿈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GV는 ICECON(아이스콘)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ICECON은 함께 즐기는, 개성있고 흥미로운 콘텐츠(Interactive, Colorful, Exciting, Contents)를 말한다. 고객과의 상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스콘은 지난해 10월 런칭되어 극장용 대안 콘텐츠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플레이’, ‘스테이지’, ‘채널’, ‘라이브러리’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하는 라이브 개그 무대도 생겨났다. CGV 신촌아트레온에서 매주 금요일 스탠드업 코미디 쇼 ‘쇼그맨’이 진행된다. 신인 코미디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 노래, 춤, 개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쇼를 선보인다.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콘솔게임 전용 대관 플랫폼도 적극적이다. CGV 아지트엑스(AzitX)는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는 콘솔 플레이 대관 플랫폼이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과 다채로운 사운드 구현으로 최고의 게임 환경으로 “‘게이머의 로망’을 이뤘다”는 평이 나온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아지트엑스는 영화관에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본 시도”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도 초대형 LED 스크린을 활용한 ‘롯데시네마 게임존’을 운영한다.
영화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팝콘을 비롯한 각종 메뉴들이다. 롯데시네마는 쿠팡이츠와 함께 팝콘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달에 최적화된 신메뉴 개발을 통해 기존 제품과 차별점을 두었고 친환경 패키지 사용으로 큰 가치를 제공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영화관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팝콘을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생각날 때마다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며 딜리버리 서비스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을 알렸다. 메가박스는 BBQ와 협업을 시도했다. 고객의 필요에 맞춰 볼거리, 즐길거리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시대와 필요에 맞춰가는 극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OTT서비스의 선전으로 영화산업의 판도는 뒤집어지고 있다. 플랫폼 시장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은 더욱 확장된다. 극장은 이제 영화만 보는 곳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소비자 층에 맞추어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을 한다면 영화 산업만의 특색을 유지하며 그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