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아들이
격세지감(隔世之感)
5월 초, 황금 같은 연휴가 이어지던 날이었다. 가족 네 사람이 함께 화명동 생태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따스한 햇살 아래 신록이 반짝였고, 부드러운 바람은 기분 좋게 스쳤다.
운전은 스물여덟 된 아들이 맡았다. 조수석에는 딸이 앉고, 나는 남편과 함께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이 오갔다. 그러자 앞 좌석의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엄마, 아빠 또 싸우면 차에서 내리게 할 거예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예전엔 반대였는데 말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두 남매가 참 많이도 싸웠다. 장난감 하나, 간식 하나에도 티격태격했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울고불고하던 일이 다반사였다.
기억난다. 시골 시댁에서 돌아오던 어느 날, 뒷좌석에서 또다시 시작된 남매의 싸움에 정신이 없던 우리는 결국 작은 접촉사고까지 냈다. 화가 난 남편은 차를 세우고 아이들을 차에서 내리게 했다. 딸은 멍하니 길가에 서 있었고, 아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아빠를 따라 달려왔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이젠 부모를 걱정하며 훈수까지 두고 있다. 어느새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되었고, 우리는 어느덧 50대 후반이 되어 있었다. 같은 차 안, 같은 길 위에 있지만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었다.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은 나이 들어 노인이 되어간다.
생태공원에 도착하자, 싱그러운 신록이 마치 막 세수를 마친 스무 살 청년처럼 빛나고 있었다. 딸이 미리 주문해 둔 피자와 통닭, 그리고 커피를 나눠 마시며 우리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키우며 보내온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낙동강 하구언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