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들의 영역전쟁
고야미 호텔, 지금 ‘영역 전쟁’의 최전선이다
고양이는 원래 영역동물이다.
자기 공간에 다른 냥이가 들어오면 “누가 내 집에?” 하고 분노하고,
자기 공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건 “나보고 이사하라고?” 하는 수준의 스트레스다.
그런데 지금,
세 마리 모두 그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간밤에 우리 여울이는 밤새 안방문을 긁으며 “저 방은 원래 제 방입니다만?” 하고 항의했다.
깨어 있는 시간 백프로 잠은 제로.
나는 걱정돼서 딸 방으로 데리고 갔는데,
잠시 후, 문을 긁어대며 “저기요? 방 빌려준 건 사장님이지, 왜 제가 쫓겨납니까?” 하는 표정을 지어 결국 다시 내보냈다.
그런데 새벽이 되니,
여울이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나도 피곤해… 집사야…”
하는 듯한 체념의 얼굴로.
손님 두 마리는 자기 전엔 베란다에만 상주했다.
추울까 싶어 안방 문을 닫고 전세방에 넣어두고 나는 잠을 청했다.
그런데 새벽 5시.
나가보니—
대. 박.
안방 문을 스스로 열고
두 마리가 베란다에서 딱 붙어서 웅크려 있었다.
무슨 쇼탱크 탈출도 아니고~~~
(※ 우리 여울이는 평생 불가능한 스킬)
역시 반려동물은 주인을 닮는다더니,
친구가 똑 부러지고 영리하니까
고양이들도 탈출을 제일 먼저 시도했다.
방문 여는 기술 까지.
추울까 봐 다시 방 안으로 데려오려 했는데
난이는 순순히 들어왔다.
문제는 희나였다.
“낯선 인간, 접근 금지.”
가까이 가니 갑자기 내 손을 할퀴더니—
그다음엔 끼익! 하고 긁어버렸다.
집사 상처 각… ㅠㅠ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너 왜 나를 건드려?”
아… 역시 냥이도
예쁘고 도도한 애들은 성질이 아주… 더렵다.
(투덜투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둘이 꼭 붙어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쓰인다.
고야미 호텔은 개봉박두가 아니라
이미 대혼란 상태다.
희나와 난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길래 츄르를 줬더니
희나는 츄르는 먹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는다.
반대로 난이는 나에게는 마음을 열었는데
츄르는 허락하지 않는다.
둘이 협업이라도 한 걸까?
그래서 둘 옆에 츄르를 두고 나왔다.
앞으로의 횡보가… 실로 기대된다.
여울이는 결국 안방으로 들어가
손님 영역을 정찰했다.
두 냥이를 한번씩 훑어보더니
하악질을 하고
손님 밥그릇에서 사료를 유유히 먹고
간식까지 챙겨 드셨다.
그리고 난이를 보며
“내 똘똘한 집에 세도 안 내고 들어왔다고?”
하며 으르렁댔다.
아… 살아있네. 살아 있어.
텃새 오진다, 내 새꾸.
베란다에서 절대 안 들어오던 희나가
어느새 난이 옆에 와 붙어있었다.
남매애가 남다르다.
갑자기 혼자 있어 한 아이를 더 입양해야하는 맘을 가진 집사는 여울이가
살짝 안쓰러워졌다.
의문의 일패 같은 이 기분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