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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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다양한 환경에서 쌓은 경험, 현재의 노력과 미래를 위한 도전과 관점까지, 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료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대담 형태의 인터뷰 콘텐츠.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에이던트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하시고 있는 업무들을 말씀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현재 화홍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서 홍보이사라는 직함도 달고 있네요. 봉사에 뜻이 있는 의사들이 모인 단체 행복한 의사, 해피닥터 앱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건방진 닥터스 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유퀴즈온더블럭 슬기로운 의사생활 편에서 출연한 덕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고 계시죠. (웃음)
저도 유퀴즈 편이 기억이 나네요. 응급의학과를 대중적으로 인식하게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유튜브 편집본에서는 에피소드재벌이라는 표현으로 선생님을 설명하셨더라고요. 그러한 이야기들을 묶어 책도 내셨죠?
방송 나가면서 작가님들이 에피소드 재벌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줘서 그게 제 캐릭터가 되었어요. 사실은 5년 전에 쓴 첫 책이 <응급실에 아는 의사가 생겼다> 라는 책인데요. 그 내용이 응급실에 방문했던 많은 환자들의 희로애락에 관한 이야기이거든요. 응급실은 소란스럽고 비싸고 불친절한 공간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닌 그 안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의도가 독자분들께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왔던 건, 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었습니다. 또 응급실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배우려고 하신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응급실은 아무래도 긴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환자 상태 파악과 치료가 우선이에요. 그 공간엔 온갖 걱정으로 패닉이 되어버린 환자와 보호자가 있죠. 긴급한 많은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에겐 환자와 보호자의 걱정과 불안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고요. 저희가 건넨 흔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료인으로서가 아닌 부모 또는 자식의 마음으로 진료하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들이 책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 같네요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럼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음… 저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앞서 말한 내용과 이어지는데, 조금 더 환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또 그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이죠.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하기엔 우습지만, 의사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퍼져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특성상 3개월 대기 3분 진료가 만성화 된 현실이 만들어 낸 이미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료를 보겠다는 환자는 많고 의료인력은 적고, 진료비 수가는 말도 안 되게 낮게 책정되어 있고. 결국 환자와의 교감이 없는 진료가 반복되면서 의사가 계획하는 진단 및 치료 방법에 대해 환자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검사나 치료를 누락하면 그 뒤에 올 안 좋은 결과들을 아니까 어려운 부분이 많죠. 책임소재 문제도 있어서 그 때문에 검사를 더 많이 하게 되고요. 그렇게 서로 반목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배움을 지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드는 생각인데 저는 실력과 인성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실력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 보호자는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의사의 작은 결정 하나 하나가 환자의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거든요. 현대의학이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특히 중환자를 보는 의사는 배움을 지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가지고 계신 생각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혹시 그 밖에 관심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요?
의료 IT라는 분야도 관심이 가요. 미래의 의료와 의료 IT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부분이죠. 제도 역시 아직은 미숙할 텐데, 의료 IT 제도에 관련된 영역이나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분야로 봉사라는 측면을 더 많이 알리고 싶네요.
만족감이라는 측면에서의 봉사,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더 잘 버는 거, 성공하는 거. 위만 보면 한이 없잖아요. 그런데, 꼭 시간을 1-2시간이라도 내서 봉사활동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모습이 진짜 ‘꽉 차 있는 삶’이 뭔지를 방증해준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도 경험하게 되고요. “나는 충분히 꽉 찬 사람이구나.”, “다른 사람을 위해 도울 게 남아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자존감과 행복감으로 연결돼요.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죠. 저보다 더 훌륭하신 여러 선배님들 볼 때마다 반성하고 깨닫게 됩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최석재 선생님이 바라보시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음…저는 봉사활동이 없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봉사활동 없이도 도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원활히 돌아가는 사회요. 너무 이상적인가요? (웃음) 어쩌면 ‘봉사활동’이라는 표현이나 명칭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 사회에 도움의 가치가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인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일 테니까요. 저는 의료인으로서 윤리와 자존감을 지키면서 환자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고, 그런 환경에서 가능한 많은 환자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