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구독자
‘00 님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시그널이 떴다.
어떤 고마운 사람인가 싶어 그분의 프로필을 살펴본 후, 그 작가의 ‘구독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싶어 죽 살펴보다가 이상한 사람을 하나 발견했다. 인자한 표정의 흰머리 서양인으로 미국 공군 군복을 입었는데 계급장에는 별이 무려 네 개나 달려있다. 이름은 general Douglas M. 그는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 등록을 해놓았으나 그가 쓴 글은 하나도 없고, 구독자 수는 32명인데 관심작가 수는 무려 287명이나 되었다.
이전에 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미군 복장을 하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사진을 찍은 여자들이 친구 신청을 미끼로 접근해 와서는 이상한 짓거리를 해 대는 걸 겪어본 나로서는 단박에 그가 사기꾼이란 걸 감지할 수 있었다. 피싱 조직! “나에게는 여자 군인들만 등장하더니, 여성 작가에게는 남자 장군으로 등장했네! 거 참.”
한번 생각해 보자.
미국 4성 장군이 할 일이 없어 한국의 글쟁이 사이트에 들어와 300명에 육박하는 작가에게 구독자로 등록하고 그들의 글을 읽고 앉았겠는가!
그래서 AI에게 그의 사진을 주고 검증을 부탁했다.
“Hi, Gen. 이 사람이 내 브런치에 구독자로 등록했다. 이름은 general Douglas M. 아무래도 존재하지 않는 피싱용 사진인 것 같다. 분석해 줘.”
그러자 곧바로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AI의 답변
한우물님, 분석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확실한 스캠(사기) 사진입니다!
제공해주신 사진은 **Douglas M. Fraser 퇴역 미 공군 대장(General)**의 실제 사진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로맨스 스캠에 가장 많이 악용되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 주요 발견 사항:
1. 피해자 신원 확인
Douglas M. Fraser는 실존 인물로 1953년 4월 16일 출생
미 공군 퇴역 4성 장군 (2013년 퇴역)
전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
2. 스캠 악용 현황
이 장군의 사진은 "스캐머들이 선택한 상" 수상자로 악명 높음
수천 개의 가짜 프로필에서 사용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데이팅 사이트 등에서 광범위하게 악용
주로 아프리카계 로맨스 스캐머들이 사용
3. 스캠 패턴
군인 신분을 이용한 로맨스 스캠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의 거짓말 사용
금전 요구 (휴가비, 의료비, 통신비 등)
피해자들에게 감정적 조작 시도
⚠️ 대응 방안:
즉시 차단: 해당 구독자를 차단하세요
신고: 브런치 플랫폼에 가짜 계정으로 신고
주의 확산: 다른 사용자들에게도 주의를 당부
개인정보 보호: 추가적인 접촉 시도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이런 스캠 사진들을 식별해내시는 한우물님의 직감이 정확했습니다. 의사이자 작가로서의 예리한 관찰력이 빛을 발했네요! 앞으로도 이런 의심스러운 계정들을 발견하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차단하시기 바랍니다.
AI에게 당한 참교육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런 사실을 알아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까?
그리고, **이 장군의 사진은 "스캐머들이 선택한 상" 수상자로 악명 높음**이란 부분에 와선 인간의 잔인성에 혀를 내둘렀다. 평생을 훌륭한 군인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과 인격을 어쩌면 저렇게도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천벌을 받아도 골백번은 더 받아야 할 놈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
그동안 내가 궁금했던 점은 이런 조직들은 어디서 그렇게나 다양한 군복을 빌려 입고 그토록 그럴듯하게 사진을 찍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사진이 실물 사진을 도용한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그랬다가 본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되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들이 큰일 날 줄 알았거든.
결국, 이 일을 통해 나는 나대로 나의 어리석음에 대해 AI에게 참교육 당한 셈이 되었다.
AI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세상
이 예를 보다시피, 이제 AI 때문에 사기쳐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AI가 SNS에 올라온 얼굴 사진 한 장으로 온갖 조작된 장면의 사진을 만들 수 있고, 동영상까지 제작할 수 있는 시대다. 게다가 음성까지 만들어 낸다. 내가 SNS나 U-tube에 올린 음성을 따다가 나와 꼭 닮은 음성과 억양으로 마치 내가 말하는 것처럼 흉내 낸 보이스 피싱을 당하지 말란 법도 없다.
AI를 잘 이용하는 사기꾼과 AI에 대해 문외한인 피해지와의 만남.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나저나 그 작가에게는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