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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제품 May 19. 2024

예술은 우리 마음을 보는 창

베르나르 뷔페전을 보고


최근 공연은 많이 봤는데 전시는 못본지 좀 된거 같아서 요즘 어떤 전시가 있는지를 살펴보다가 예술의전당에서 베르나르 뷔페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화가 였는데 그의 작품들을 사진으로 먼저 보니 무조건 가고 싶었다. 엄청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에 거친 붓질, 배경을 가득채운 알수없는 까만 선들... 이게 뭐지? 하는 마음이 커서 다음날 출근하고 바로 오후반차를 내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뷔페의 작품들



마침 오후 4시에 도슨트가 있어서 도슨트의 해설을 따라 이 전시를 감상했다. 

베르나르 뷔페의 인물화는 약간 혐오스러울 정도로 기괴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붓 터지도 엄청 과감해서 작품 자체가 엄청 두꺼워보였다. 또한 배경에 신경질적인 까만선들이 그려져있기도 했다. 해설을 들어보니 뷔페는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과 당시 나치 점령 하에 있었던 파리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안정했기에 이러한 모습이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였다.





뷔페는 어린나이에 엄청난 명성을 얻게되어 빠르게 부자가 되었는데 여기서 당대 사람들의 시기, 질투를 받았다고 한다. 뷔페는 이러한 시기 질투에도 오히려 이런 본인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본인을 성장시킨다는 멘탈 강한 말을 던지며 '광대' 시리즈를 그리기도 했다. 광대 역시 굉장히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본인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자화상이기도 하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이기도 한거 같았다.


마지막 섹션은 '죽음'이었다. 뷔페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자살한 이유가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는 병약한 몸이 되어 가서라고 한다. 즉, 자신이 몸바쳤던 그림을 더이상 할 수 없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 것인데... 얼마나 그림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기에 그렸던 뷔페의 작품은 앙상한 해골이 많이 보이는데 죽음을 앞둔 그의 황량한 마음이 드러난다.




예술을 통해 우리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다


전시를 쭉 보다보니 뷔페는 참 마음이 어지럽고 평온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의 마음이 그대로 기괴한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그런데 이러한 그림에 내가 한번에 확 끌린 이유는 나 역시 지금 평탄치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내 마음이 힘들다는 반증인거 같기도 하다.


사실 30대를 맞으면서 정말 갑자기 모든 나의 삶의 발자취에 대해 의문과 의심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건지, 이렇게 회사생활해도 되는건지, 노후에 막막하지는 않은지... 지금 삶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간 꽤나 삶에 만족하면서 살았는데 이러한 답없는 고민이 시작되고 나서 뚜렷하게 해답을 찾지 못해 스스로 당황하고 또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제는 이러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좀 더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고 배워본다든지, 좀 더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든지 등등 나름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힘든건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사람을 기괴하게 그린 뷔페의 그림은 나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마치 나의 자화상 같아 보인다고 할까? 이처럼 예술 작품은 내가 어떤 생각을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드러내는 좋은 나침반이 되는거 같다. 즉, 예술은 우리의 마음을 보는 창이다.  내가 마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면 이렇게 까지 뷔페의 그림이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거 같다. 오히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움에 방점을 둔 작품에 좀 더 내가 빠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내가 마음 속으로 끌린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예술은 현실에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하며 보다 삶을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해서 뷔페의 난해한 그림보다 아름다운 풍경화, 정물화가 눈에 바로 띄는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오겠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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