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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제품 Feb 18. 2024

관객의 비매너를 통해 느낀 '평정심'의 중요성

곡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치는 황당한 관객들과 함께한 임동혁 리사이틀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쇼팽 발라드 전곡, 프로코피예프 7번, 라흐마니노프 2번 으로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쇼팽 발라드 전곡이 포함된 프로그램이어서 프로그램이 맘에 들어서 가게된 연주회

그리고 프로코피예프랑 라흐마니노프도 미친듯한 테크닉이 궁금해서 바로 예매했다.



역대급 관객들의 공연 관람 방해 행위 : 적절하지 못한 타이밍에 박수를 쳐대는 관객들


공연은 사실 좀 황당했다.



1부 발라드 전곡을 1번부터, 2번, 3번 차근차근 풀어가던 임동혁

마지막 4번도 격정적인 감정속으로 빠져 들며 잘 듣고 있었다. 그런데 발라드 4번은 코다 시작하기 직전 2~3초 정도 갑자기 쉼표가 나오며 정적이 흐른 뒤, 코다가 격정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있다. 그 쉼표 부분은 '헉'하는 느낌을 주며 긴장감을 역대급으로 고조시킨다.


그런데 오늘 이 정적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코다 라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남아 있는 곡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마치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데 곡 다 안끝났는데 마이크 뺐어서 "너 완전 노래 잘부르네!!" 라고 말하는 꼴...)


곡이 안끝났는데도 박수를 치는 건 곡에 대한 무지를 떠나서 연주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했다. 얼마나 연주자가 당황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겟지만 코다를 칠때 좀 급하고 어떤 감정도 느낄 새 없이 끝난 느낌이었다. (마지막 음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수가 터져나온건 2차 함정...)



1부를 이렇게 어이없이 마치고 2부 프로코피예프와 라흐마니노프가 이어졌다. 보통 악장 간 박수를 안치는게 암묵적 룰인데 오늘의 관객들은 박수를 못쳐서 안달난 분들만 모였는지 악장 중간중간 박수를 또 보내주시고.. ㅎㅎ (이거는 발라드 4번떄 처럼 곡 중간에 박수가 나온건 아니라 그나마.그나마... 이해를 하려고 노력할수는 있었다. 성인군자가 되어가는 기분)


오늘 같은 황당한 공연이 다 끝나고 나라면 앵콜을 안했을 거 같지만 그래도 임동혁은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6월과 10월 2곡을 앵콜로 보여주었다. (다음날 울산공연에서는 쇼팽 스케르초 2번이랑 라벨 라발스를 추가로 쳤다고 하니 오늘 공연이 얼마나 연주자에게도 별로 였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부분...) 앵콜 중에 카메라 들고 '띠릭' 셔터음 내면서 녹화하는 관객들을 보고 더이상 화낼힘도 없음을 느끼고 공연장을 나왔다. (매번 궁금하지만 이런 앵콜을 '굳이' 녹화하는 관객들은 이 녹화를 단 한 번이라도 집에 가서 재생해 보실까 궁금하다.)



아, 그런데 이와 별개로 연주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1부의 쇼팽 발라드 전곡은 4곡 모두 쇼팽곡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픔, 기쁨, 분노, 회상 등등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발라드 4곡을 통해서 느껴서 메말랐던 나라는 식물에 물을 준 느낌이어서 좋았다. 2부의 프로코피예프와 라흐마니노프는 어려운 테크닉을 손쉽게 쳐내는 연주자의 모습에 경탄을 할 수 있는 좋은 연주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도 나를 위해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성


오늘 공연을 보고나서 문득 '평정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렸다.


사실 나는 지난주부터 회사에서 새로운 직무를 맡게 되었고 아예 처음 하는 업무다 보니 매일매일 야근하면서 일을 익혀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오늘 공연은 프로그램이 너무 기대가되어서 짬을 내서 왔는데... 이렇게 관객들의 공연 방해 행위 때문에 공연을 망쳐버리니까 차라리 회사에서 일이나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분노, 화남 등등이 올라왔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것은 오히려 나에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내 선택으로 이 공연을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왔으니 즐겁게 가야하지 않겠는가? 내가 너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일차원적으로 반응한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관객들의 이해안되는 행동에 너무 즉각반응하지 않고 조금 무뎌지만 내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관객들의 공연 방해 행위는 '라이브 공연에서 벌어지는 재수없게 걸릴 수 있는 상황' 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런 이상한일을 겪었으니 다음에 관람할 공연에서는 얼마나 더 좋은 공연을 만나려고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의 전환... 이런 발생의 전환이 있었으면 조금이나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오늘 내가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즉, 어떻게든 나의 생각을 바꾸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삶에서 마주치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에 동요되더라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평정심'을 유지해 나의 감정을 지켜야겠다.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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