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지금도 넌 선생님이야.(2)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이야기

by Celine


2026년 2월, 잊지 못할 그날


아침 일찍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방학이라 아이와 단둘이 아침을 먹던 나는 직감적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반응을 스스로 여러 가지 머릿속으로 회전시키고 있었다.


"응~ 여보세요?"

"누나 나야. 나 합격했어."


그 순간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잘됐다! 축하해!!"


전화를 끊고 나서 아침을 먹는 아이를 혼자 남겨둔 채 방에 들어가 한참을 혼자 울고 말았다.

동생에게는 단순히 '축하해'라는 말로 축하해 주기엔 너무 오랜 길을 혼자 묵묵히 걸어왔다. 동생이 고시공부를 하는 동안 친한 친구들은 하나 둘 취업, 결혼 그리고 출산의 순으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보통을 사는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하루하루가 쌓인 오늘이지만 내 동생은 그런 면에서는 거북이인생을 살고 있다.


이 숱한 시간을 홀로 싸워온 동생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그전에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매년 기간제 교사로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하면서 본인도 늘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고 한다. 왜냐면 다음 해에는 그 학교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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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많은 선생님


내가 항상 동생에게 더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동생은 선생님의 역할에 정말 진심이었다. 학생들도 선생님의 정성을 알아주듯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랐다. 본인들이 만든 디저트를 선물해 주고 캐릭터를 그려 선물하기로 했다. 심지어 졸업 후에도 학교를 찾아오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학생들과 찍은 많은 사진들을 보면 반쪽짜리 꿈속에 사는 동생이 늘 안타까웠다.


동생에게 이러한 삶이 계속되기를 항상 마음 깊이 혼자 바라왔던 것 같다.


동생에게 쓰는 편지


올해는 동생이 시험 치르기 전 6개월부터 일을 쉬고 공부에 전념했다. 일과 시험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여러 해 동안 그렇게 해 왔기에 이번에는 나도 동생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리고 1차 합격 후 2차 면접을 앞두고 우리 집에 잠시 머물면서 스터디도하고 특강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아침 일찍 그리고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동생방을 보면서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서 시험 일주일 전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 동생에게 편지를 써 주었다.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너의 노력에 대해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이번 결과를 떠나 홀로 먼 길을 걸어가고 있는 너를 존경하고 응원하다.
세상은 넓으니 지금의 이 좁은 길이 어떻게 되어도 절대 절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동생이 스스로의 인생을 절대 과소평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직업을 넘어서서 "꿈"이란 것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숱한 동생의 인고의 시간을 존중하고

가족이지만 자랑스럽다. 내 동생


누군가 동생에게 나이가 많니 뭐니 하면 가서 싸워줘야지..ㅋㅋㅋ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하니... 그것은 우리 집 꼬맹이


"꼬맹아! 삼촌이 이제 선생님이 됐대!! 같이 축하해 주자!!"

"엄마! 근데 삼촌 원래 선생님이 자나...."


"응... 그건 그렇지... "


아직 꼬맹이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세계들이 참 많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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