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 들어 부쩍 지치는 느낌이 드는 건, 은퇴한 동료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서일까요. 그럴수록 제게는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환자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 그것이 제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탈장 수술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오전에 열 분의 탈장 수술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오후 2시. 서둘러 외래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스무 분이 넘는 환자분들을 뵈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열두세 분께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탈장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 마음 아팠던 건, 오늘 진료를 받으신 환자분들 중 두 분께서 재발한 탈장으로 내원하셨다는 사실입니다. 한 분은 초등학생 시절 처음 탈장 수술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후 20살에 인공망(plastic mesh)을 사용한 탈장 수술을 받으셨지만, 안타깝게도 다시 재발하여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3년 전에 복강경 인공망 탈장 수술을 받으셨는데, 재발하여 같은 수술을 다시 받으셨음에도 이번에도 재발하여 힘든 발걸음을 하셨습니다.
재발성 탈장 환자분들을 뵐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인공망이 조직에 들러붙어 있는 상태에서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은 더욱 그렇습니다. 주변 조직 손상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탈장 부위를 다시 봉합해야 하기에, 수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숙련된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어린 시절부터 탈장으로 고생하시고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적인 수술을 받으셔야 하는 환자분들의 고통입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인공망 탈장 수술은 이제 ‘표준 수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발률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분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인공망은 결국 이물질이기 때문에, 체내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감염, 만성 통증, 장기 유착 등은 인공망 탈장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공망 탈장 수술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 온 저로서는, 이러한 현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인공망 탈장 수술이 모든 환자분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공망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분들을 뵐 때마다 과연 ‘표준 수술’이라는 이름이 합당한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됩니다.
환자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시작한 의사로서의 길이지만, 인공망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분들을 뵐 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제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분들이 계시기에, 저는 오늘도 다시 힘을 내야 합니다.
환자분들도 지치고, 저 또한 지칠 때가 많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환자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습니다. 사명감을 가슴에 새기고, 오늘도 환자분들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언젠가, 탈장으로 고통받는 모든 환자분들이 안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