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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웰 Nov 17. 2022

안녕하세요, 저는 빙구입니다.

Ego, 당신의 자아는 안녕하십니까?

그랬다. 어젯밤 나는 내일 오랜만에 쉬는 날인데 정말 푹 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렇게 됐다. 게다가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봉쇄되었다는 소식까지 덤으로 듣게 되었다.(이건 보너스 효과인데 정말 싫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알면서도 한편으로 부정했던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최근 들어 부쩍 자주 겪고 느낀다.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힘을 믿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어!

자주 했던 말이었다, 나는 긍정적인 척하는 부정적 인간이었다. 

20대 초반, 방황을 거듭하던 나는 꿈이 없었다. 그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옷을 사 입고, 친구들을 만나 밥과 술을 턱턱 내고, 그럼으로써 추앙받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 그 돈을 벌기 위해서 한 노력이라고는 그저 시급 센 알바나,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을 찾는 것뿐이었다. 지각하는 건 싫은데 늦게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친구들과 만나 밤새 놀거나 하며 정작 중요한 돈 벌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회사를 위해 내가 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쥐꼬리만 한 월급밖에 못 받는데 무슨 일을 자꾸 더 시키는 거야, 정말 짜증 나! 하며 투덜대고 살았다. 내가 뭔가 실수를 했어도 인정하지 못했고 오히려 남 탓에 회피하기 바빴고 그런 행동이 직장, 친구, 가족, 연인 간에 빠짐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최악인 건 착한 아이 콤플렉스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평가와 시선에서 초 민감함을 보였다.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가장 관건이었다. 한번 입은 옷을 또 입는 것보다는 빚을 내서라도 옷과 구두를 샀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그 남자의 취향에 맞게 나를 바꿨다. 가진돈을 모두 내어주기도 하고 빚을 내어 도와주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내가 이렇게 하면 나에게 더 큰 사랑과 감사를 느끼겠지? 그리고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격노하거나 극한 슬픔에 빠졌다. 그리고는 예상했겠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남자 친구에 대해 험담하기 바빴다. 그렇게 내 남자 친구들은 다 쓰레기가 되었다. (많이 피곤했을 나의 X들에게 이제와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그 당시 내 이미지는 쎈 언니였다. 지금도 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그것이 보호 반응이라는 것을 알기에,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애잔하다.

친구들이 지금 나를 <빙구>라고 부르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는지 알아챘으리라.


모든 삶의 기준이 타인에게 있다는 것은 내 삶의 주인을 타인으로 지정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당신의 삶은 누가 주인인가?


Ego,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으려는 태도.

네이버에 검색한 에고의 3번째 뜻에 이러한 문장이 나와 있다. 

에고는 자아를 뜻하지만, 요즘 쓰이는 추세는 이 세 번째 뜻에 가장 어울린다고 본다. 


나에게 있어 에고는 인정에 목마른 아이였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외모로 아름답게 봐주고, 지식인으로 봐주고, 전문가로 봐주고, 착하게 봐주고, 멋진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좋아 보이는 사람에게서 단점을 찾으려 했고 잘난 게 있어도 부정하고 흉보고 질투했다. 참 못났다.


누가 나에게 너 자신에 대한 인정은 네가 하는 거야,라고 한마디라도 해 줬다면! 

나는 조금 더 빨리 행복해졌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가도 아니지, 지금이니까 이 말을 이해하고 바뀔 수 있었다고 믿는다. 나는 무기가 정말 많은 사람이다. 재능이 많고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이 있고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이 따뜻하기를 바란다. 


한때는 빚더미에 올라 남을 원망하며 인생을 허비했다.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고, 인생의 의미가 없다며 나를 버리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고, 내가 죽었을 때 나의 실체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 될 죽음 이후가 두려웠다. 그래서 하루하루 견디고 악착같이 살았다. 행복하지 않았다. 삶 자체가 지옥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심장은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었고 선천성 심장기형이 있는 나는(아주 사소한 기형) 큰 병에 걸린 줄 알고 무리해서 건강검진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나는 자주 깊고 깊은 잠에 빠지기도 했다. 몰랐는데 그게 공황장애였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번아웃이 왔다고 생각했을 뿐, 공황장애라니... 연예인들이나 걸리는 병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때때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깊은 잠에 빠진다. 다만 더 빨리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한 달이 걸렸던 수렁이 이젠 하루면 된다. 그리고 이 수렁은 이제 나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두렵지 않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스승님을 만났고, 나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지금도 끊임없이 그분 곁에 있으려 노력하며, 명상하고, 감사하는 나날을 보낸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성공이란 평화로운 상태에 놓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화로운 상태를 얻으려면 주체의 삶을 회복하고 타인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좋은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야말로 불안과 두려움을 보내오는 운명의 여신에게 맞설 수 있는 인간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타이탄의 무기들 중에서-


나처럼 <빙구>인 친구들이 있다면, 여기 더하면 더했지 견주어 보았을 때 부족하지 않은 <빙구>가 있으니 그대도 한번 삶의 주인을 바꾸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삶을 살기를 응원한다. 


여전히 찌질 미가 비교적 예쁜 편인 <빙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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