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들을 보니, 암울한 내용들 뿐이다.
어린 시절은 형편이 어려웠고,
꿈은 아직 이루지도 못했고,
아픈 아이를 기다리며 힘든 시기를 겪었고,
두 아이를 키우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심했고,
결국 젊은 나이게 암까지 걸렸다.
그렇지만 나에겐 분명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다.
언제였을까?
세상에는 두 가지 행복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지나고 보면 '그때 행복했었구나' 알게 되는 행복이고, 또 하나는 바로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이다.
바로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은 너무 행복해서 그 순간을 추억하면서 평생 살 수 있을 만큼 빛난다고 한다.
대학생 때 본 드라마 <드림하이>에 나오는 대사이다.
감명 깊었던 대사여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요즘 나는 종종 '그때 참 행복했었구나' 싶은 장면들을 떠올린다.
그때는 몰랐다.
육아하는 하루하루가 버겁고,
엄마가 된다는 게 이렇게 고단한 일인지 몰라서
행복을 느낄 틈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이가 짓는 미소는 나도 방긋 웃게 만들었고, 아이가 달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그 작은 숨을 고를 때 내 마음은 몽글해졌다. 아이가 엄마에게 주려고 길에서 주어 온 꽃잎, 낙엽, 심지어 돌멩이까지, 아이가 주는 모든 선물이 사랑스럽고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잠든 아이 몰래 남편과 마시는 맥주 한 캔이 스릴 있고 재밌었다.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친구와 만나 급하게 먹은 점심 식사도 즐거웠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게 '행복이었구나' 싶은 순간들이다.
그럼, 바로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꼈던 때는 언제였을까?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행복이 아니라, 그 순간에 너무나 느껴졌던 행복 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아이가 유치원 체육대회에서 엄마 아빠 앞에서 율동과 함께 <참 좋은 말>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던 때이다. 왜 엄마들이 학예회만 가면 그렇게 울어대는지 이해했다. 어느새 훌쩍 큰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노래는 아이에 대한 기특함과 뿌듯함, 잘 자라준 아이에 대한 고마움을 넘어, 날 충만한 행복으로 채워줬다. 그 넘치는 행복에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생각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그 추억과 함께 나의 행복이 다시 살아 숨 쉰다.
아이가 없던, 좀 더 오래 전의 기억에도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던 때가 있다.
그 기억 속엔, 당시엔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내 생일을 맞아 준비한 미역국, 촛불 이벤트를 준비하다 데어버린 손, 정성스러운 편지, 그 글을 읽어 내려가던 떨리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모든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 사람의 진심에 난 힘들었던 과거를 치유받았다. 사랑받고 존중받는 감정은 메말랐던 나를 따뜻한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그 행복에 겨웠던 순간이 이 남자와의 사랑을 지탱하게 한다.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지나가서야 알게 되는 행복이든,
그 자리에서 바로 느껴지는 행복이든,
결국은 같은 빛을 가진다.
그 빛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 어딘가에 남아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된다.
지나간 행복을 추억하며 웃고,
지금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인생의 모든 시간은 그 두 행복 사이를 오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난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가득 떠올려본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행복을 충만히 느끼기 위해 조금 천천히 걷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