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인사들을 좋아합니다
2024.10.29. 화
우리 가게가 속해있는 건물은 아파트의 이름을 달고 있는 유일무이한 상가이다. 이곳은 2층과 3층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그래서인지 유치원 혹은 학교를 끝마친 평일 오후만 되면 아이들이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상가 복도를 가득 메운다. 아이들의 연령대로는 주로 선생님, 보호자와의 통원이 필요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아이들은 학원에 오가며 가게 안에 있는 내가 신기한 지 빤히 쳐다보는 일이 자주 있다.
이때 찾아온 기회를 나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아이들과 지긋이 눈을 마주 보며 손인사를 해준다. 마치 내 인사를 기다렸다는 듯 짓궂게 답해주는 아이, 부끄러움이 많아 고개를 홱 돌리고 달아나는 아이, 이상한 사람을 경계하며 바라보는 아이까지. 다양한 성격만큼이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두 번 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내적 친밀감이 쌓인 아이들은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일부로 걸음 속도를 늦추며 내 인사를 기다린다. 사랑스러워!
어느 날은 친한 동생이 가게에 놀러 온 적이 있다. 태권도 학원으로 올라가는 애들에게 인사해 주는 나를 보더니 한 마디 거들었다. 지금보다 더 소심했던 그녀는 나처럼 먼저 인사해 주던 어른들의 친절을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했다. 애기들에게도 와플 언니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라는 말에 괜스레 의무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이 손님이 아니더라도 인사를 주고받으면 나른했던 오후가 한 커플 벗겨지는 기분이 들곤 해서 이맘때쯤을 항상 기다리곤 한다.
조카도 (당연히 자식도) 없는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만큼 사랑하는 손님이 또 있는데 그건 바로 강아지 손님들. 오죽하면 <강아지는 언제든 데리고 와주세요. 왜냐하면 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라 가게 앞에 써붙이고 싶을 정도이니 이만하면 말 다했지. 멍멍 손님은 오염된 영혼을 치유해 주는 귀여운 존재들이다. 약 20여 년간 반려견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지금은 반려견과 살지는 않으나, 나는 손님과 멍멍이를 통해 대리만족한다. 멍멍이들도 나의 절절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산책을 나오면 꼭 가게에 들러 인사를 해주고 간다. 종종 얘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사장님한텐 안 그러네 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속으로 으쓱한다. (짜식들 사람 보는 눈이 있구먼!) 나는 지극히 사심을 담아 할머니가 손주 뒷주머니에 사탕을 챙겨주듯 강아지용 간식을 꺼내어 주기도 한다.
물론 강아지 입장에선 간식이 좋아서 나를 좋아하는 척할지언정.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그저 우리 모두 행복하면 그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