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편소설 1
늦은 밤, 평소보다 늦은 퇴근길 지하철역.
어느 때처럼 그는 현상수배범 포스터의 그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그의 전부를 뺏어간 그놈을 죽임으로써 복수는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다. 세상에서 그놈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없음이 그의 분노를 더 자극한다. 동해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진 그놈을 경찰은 영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말은 그 역시도 그놈을 영영 잊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그는 가방에서 얇고 빨간 볼펜을 꺼내 현상수배범 포스터 속 그놈의 목을 가로로 그어버린다. 뒤돌아선 그는 몇 발자국 뒤 가까이에서 자신을 지켜보았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긴장감과 동시에 해방의 기쁨을 어렴풋이 느끼며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