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편소설 2
문을 열어준다.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문을 지나간다. 감사인사를 받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취미가 생겼다. 처음엔 단순하게도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양손잡이를 구분할 수 있었고, 그다음엔 나이대를 높은 확률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의 직업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고, 둘의 관계가 연인인지, 친구인지, 썸인지, 혹은 불륜인지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다 몇 주 전부터 어느 것 하나 읽히지 않는 사람을 마주쳤다. 그녀는 내가 문을 열 때마다 감사인지는 하지 않았지만 눈인사를 해주었다. 그 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어도 영어도 일어도 지구의 언어가 아니었다. 환청도 아니었고 확실히 음성이 내 머릿속을 울렸다. 그런 그녀가 지금 눈앞에 바로 서있다. 문을 열었지만 그녀는 지나가지 않았고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또 알 수 없는 언어가 머릿속을 울렸고, 그대로 나의 존재는 그곳에서 사라졌다. 열려있는 문은 보였지만, 그 문을 잡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하며 공포를 느끼면서 나는 그대로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